산지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쌀 소비촉진 방안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산지 쌀값이 올라야 정상인 봄철에 쌀값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은 올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풍작으로 쌀 수확량은 대폭 늘었지만 소비는 줄어든데다 대북 식량지원마저 끊긴 상태여서 쌀 재고량도 늘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전국 산지 쌀값이 지난 2월 이후 3개월 새 최고 15% 하락했다. 여주 지역의 경우 올 2월 쌀 20kg들이 1포대 가격이 지난달 20일에는 4만7천~4만9천원선으로 약 15%가 떨어졌다. ‘이천쌀’로 유명한 이천지역에서도 지난해 12월에 비해 쌀 1포대 가격이 올해 5월말에는 13% 가량 하락한 5만4천~5만5천원에 거래됐으며, 김포시의 경우에도 작년 10~12월 5만2천500원이던 쌀 1포대가 현재는 5만1천500원선에 팔리고 있다.
4월말 현재 산지농협의 벼 재고량은 76만9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8%가 증가했다. 이같은 재고량의 증가는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연간 40만~50만t에 달하던 대북 쌀 지원이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되면서 북한으로 가던 쌀이 고스란히 창고에 쌓이게 된 것도 쌀값 하락의 한 원인이다.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임금님 진상미로 유명한 이천쌀을 생산하는 이천시는 쌀값 하락과 쌀 소비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을 돕기 위해 ‘이천쌀 팔아주기’ 운동을 시작했다. 시는 전체 공무원에게 분식 대신 쌀밥 먹기, 각종 기념선물로 이천쌀 사용하기, 은사와 친지에게 이천쌀 선물하기, 밀가루 케이크 대신 쌀 케이크 사먹기 등을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
농협경기지역본부도 경기미를 구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이버 경품 잔치를 시작했다. 6월 한달 동안 진행되는 이번 경품 행사에서 농협은 경기미를 구매한 소비자가 쌀 포장지에 붙어 있는 인증번호를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도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농민들이 수확기 때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쌀 수급관리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또 과자, 떡을 포함한 쌀 식품 가공업체에 대한 정부의 금융·세제지원 등을 통해 가공식품의 생산을 촉진, 쌀 소비를 근본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쌀 공급이 달리는 1∼8월에 오히려 쌀값이 하락하는 원인에 대한 처방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