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쥔 자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례는 비단 정치판에서만 빚어지는 일은 아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도매시장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져 왔고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야채 중도매인들에게 물건을 공급해주는 도매법인들이 일례다.
도매법인들은 시장이 들어선 이후 16년이 넘도록 농수산물 관련법에 따라 최소한의 물량을 공급해왔다며 중도매인들의 물량확대요구를 외면해왔고 이로 인해 야채 중도매인들은 매일같이 새벽시간에 서울 가락동이나 구리도매시장으로 2~3시간에 걸쳐 왕복해가며 부족한 물건을 구입해오는 고충을 겪어왔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본지가 지난 1월부터 5차례에 걸쳐 집중보도하는 과정에서 공론화를 이끌어내면서 도매법인의 물량확대와 관리사무소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이행 합의서를 도출했다. 합의 내용이 앞으로 잘 지켜진다면 야채 중도매인들은 잠도 못자고 타 시장을 왕복하거나 매출저조로 벌금을 물고 쫓겨나는 등의 삼중고를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충분한 물량으로 매출증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도매법인도 수익이 높아져 시장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년간 그래왔듯이 관리사무소의 체계적인 관리 없이는 권력을 쥐고 있는 도매법인들의 외면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관리사무소는 공급물량이 법에 충족해 어쩔 수 없다는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중도매인들과 도매법인들의 매출향상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말이다.
이같은 체계가 정착될 때 비로소 자신의 이득을 중시하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의 눈치싸움이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매법인은 권력을 쥔 자가 세상을 움직이듯 도매시장의 생리를 악용하기보다는 이를 잘 활용해 중도매인 그리고 관리사무소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통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