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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잉 웰(Dying Well)

 

지난 5월은 슬픔이 큰 달이었다.

전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많은 국민들이 애도하였다. 고인이 남기신 말씀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구절이 남은 사람들을 숙연하게 하였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업적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아쉬움이 남고 회한이 느껴진다면, 행복한 삶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사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풍족함을 누렸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고독하고 외로웠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냐 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두어 달 전부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존엄사에 대한 문제도 행복한 죽음에 대한 것이다.

치료가 어려운 병을 얻어 기계와 약의 힘으로 생명을 이어갈 것이냐, 아니면 다가올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이냐의 문제가 법의 준수와 정당성과 상치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기존의 법 테두리에서는 의학적으로 생명 연장이 가능한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을 ‘살인’으로 간주하였다.

환자가 받는 고통과 그 고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연장만을 고려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미 병이 깊어 의학적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남은 생을 정리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시간적 배려를 하는 것이 더 인간적일 수도 있다.

병상에서 의료행위를 통하여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인지, 그 결정을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와 직계존속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존엄사를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물론 존엄사를 인정함으로서 발생될 수 있는 의학적 생명경시는 법적 안전장치를 통해 예방되어져야 함을 전제하는 것이다.

존엄사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어가면서 호스피스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사람들을 돕는 시설과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더 정확히 정의하자면 호스피스는 죽음이 가까운 환자를 입원시켜 위안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 병원이나 말기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치료를 하며 심리적·종교적으로 도움을 주어 인간적인 마지막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시설, 또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20년 넘게 한 해 200명 가까운 환자의 임종을 돌보고 있는 경기도 포천 모현 호스피스의 손 카리타스 수녀는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그런 자리예요”라고 호스피스 시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달 일간지 기사에 실린 내용이다. 수녀는 “호스피스는 통합의 과정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그냥 슬퍼하고 좀 더 살기 위해 애쓰다 경황없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말이다. 죽음은 불시에 다가온다.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내가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어떠한 방식을 택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봄직하다.

웰빙(Well Being)이란 단어가 행복한 삶의 추구로 번역되어져,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었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참고할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남학생 268명을 7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로서, 노년의 행복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는 성숙한 자세, 교육, 안정적 결혼, 금연, 금주, 운동, 적당한 체중 등의 7가지였다.

행복하게 나이가 들어가는데 필요한 행복 요소 7가지 중, 50세에 5~6개를 갖춘 106명 중 절반이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행복한 죽음, 다잉 웰(Dying Well)을 위한 필수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삶에서 중요시 되는 어떠한 요소도 죽음에 있어서는 그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사색은 삶의 가치를 훨씬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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