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소통’이다.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회자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린 어떤 상황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누군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막힘으로 갈등을 겪곤 한다.
우선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이거나 일방적이지 않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 이러한 노력은 우선 자신에 대한 정체성 파악과 상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이해인 듯하다. 소통이란 결국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지는 정도이며 서로의 정체성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공유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각자의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느 분이 보내 준 좋은 글에 ‘소통은 성찰이다’라고 정리를 해놓은 글귀를 받은 적이 있다. 소통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사회에 대한 성찰, 자연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된단다. 이 심오한 글귀로 ‘소통’과 ‘공동체 의식’을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 일련의 사영들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여러 영역의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들의 기능간 통합 조정을 위한 작업들이 부처마다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취지로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내용에는 기존 249개 복지사업을 159개로 조정해 지원기준·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사회복지 통합관리망을 구축해 개인별·가구별 지원현황을 통합·관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작업들은 내가 일하는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체계 내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감한 부분이라 모두 각자의 업무영역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피력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의견조율을 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니 새삼 ‘소통’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닿는 이유가 있었다. 같은 영역에서 함께 일을 해 오고 있음에도 ‘네트웍’이라는 단어로 묵여 있으나 새로운 과제로, 새로운 의제로 새 판을 짜야 되는 순간, 자기중심적 조직구조와 업무스타일로 문제의 중심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됨은 참으로 안타깝다.
어느 기관이 없어지고 다시 생기는 차원이 아닌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서비스기관으로 새롭게 재탄생되는 모습을 함께 만들어 내야 하는 소명감이 사회에 대한 성찰로 나타나야 할 것을...
너무나 복잡다단한 사회 문화적 변화들과 여러 가지 정치적 산물로 정신없이 생겨나고 만들어진 비슷비슷한 기관과 시설들의 업무영역들에 대한 조정들은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성찰되지 않는 소통으로 그 기관에 대한 정체성조차 정리되지 않은 조정, 통합작업은 또 다른 갈등요인으로 확산되어질까 염려된다.
전반적인 통합, 조정 작업의 큰 틀에 우리가 서비스 제공을 하는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효용성과 효율성이 감안되었는지 등 기관 간 원칙적 점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에도 각 기관의 영역확보 문제로 접근되지 않길 바라본다. 그럼으로써 변화하고자 하는 문제의 중심을 제대로 파악하여 각각의 기관이 서로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고민의 장을 만들어 본래 변화의 목적과 취지를 왜곡시키지 않았으면 싶다.
제대로 된 성찰은 시대와 존재를 꿰뚫어 보는 통찰로 이어지고, 소통의 뿌리가 된다. 성찰은 존재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계발하는 계획의 출발이다. 성찰은 물질과 정신과 영혼이 조화·균형을 이루어 가도록 하는 기초가 된다. 어려운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의 실무자들이 서로가 힘이 되는 소통을 함으로써 이 상황을 통찰하여 큰 힘으로 작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