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공공시설 가운데 일부가 화장장, 납골당, 공설묘지 등의 장사시설과 분뇨, 하수처리장 등의 환경시설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설들은 지역과 주민 성향을 따질 것도 없이 한결같이 혐오하는 기피시설로 낙인 찍혀 있다. 산업화·도시화되면서 장시문화가 이미 바뀌었고, 환경시설도 확충해야 할 처지여서 지자체마다 시설 마련이 화급한 실정이지만 주민 반대로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데 도내에는 서울시 소유의 기피시설이 자그만치 17개소나 있다. 화장장 1곳, 납골당 7곳, 공설묘지 1곳, 자연장 1곳 등 장사시설 13개소와 하수, 분뇨처리장 등 4곳의 환경시설이 그것이다. 이들 시설들은 전국 어디나 땅만 사서 시설을 만들면 이용이 가능했던 시절에 설치한 것들로서 불법은 아니다. 하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연, 악취, 소음을 포함한 일체의 공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재산상 피해까지 입히고 있다면 응분의 보상과 함께 안전장치 마련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첨단 행정을 구가하는 서울시는 이 점에 관한한 소극적이다 못해 애써 외면하고 있어서 주민은 물론 관할 지자체의 반발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17곳 가운데서 가장 말썽이 많은 벽제화장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 30년 동안에 서울시로부터 받은 지원액은 6억 8000만원에 불과하다. 이것은 보상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 적을 뿐더러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알맞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시의 기피시설을 곁에 두고 있는 주민과 지역은 보상도 안전대책도 달갑지 않으니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날처럼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하루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릴 때도 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기도가 기피시설 지원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가칭 ‘관할구역 밖 주민기피시설 주변지역 지원법률’을 의원 발의로 연내에 제정해 주민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원법률에는 관련 지자체 간의 협의체 구성, 적정 수준의 보상체계, 주민생활 지원사업의 기금 마련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회피 또는 기피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는 내용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밑천 안들이고 잇속 차릴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