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파동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다. 보통시민들이 다 예견했듯이 유야무야 구렁이 담 넘기로 끝을 냈다. 시민들의 반응 역시 ‘내 그럴 줄 알았다’였다.
그렇듯 쌀 직불금 파동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후계농업경영인(후계농) 제도에마저 가짜 후계농들이 등장 정부 영농자금을 멋대로 먹어치웠다는 소식이다. 후계농 제도는 미래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중요한 영농지원정책이다. 후계농으로 지정되면 저금리 영농자금 혜택은 물론 갖가지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젊은 영농인들의 영농의욕을 부추기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쓰여야 할 정부 예산이 쌀 직불금처럼 ‘눈먼 돈’으로 전락해 실제 농민들이 가슴을 치고 있는 것이다. 후계농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정의 서류만 갖추면 특별한 규제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손쉬운 제도를 악 이용한 얌체족들이 서류를 조작, 다른 직업이 없는 것처럼 선정기관을 속여 온 것이다.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제외되지만 겸직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후계농으로 선정된 가짜 농민들이 농업대출금을 부당하게 타낸 뒤 적발되었다 하더라도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다. 단지 후계농 선정취소와 자금회수만이 가능하다. 그러니 안 들키면 재수가 좋은 것이고 들키면 재수가 없는 것이다. 가족 중에서 이름만 바꿔 신청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농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감사원의 감사평가에서도 지적하듯 겸직여부를 확실하게 판단하기 위한 확인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제도는 1981년 시행 이래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그동안 감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고 관리·감독이 소홀했기 때문이다. 사후관리체제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반증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감사원 감사 이후 국민건강보험카드 사본과 재직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어디까지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219명 중 150명은 후계농으로 선정되자마자 다른 직업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머지 109명은 아예 처음부터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비위사실을 적발하고도 그 처분은 솜방망이였다.
제도적으로 바꿀 수 없는 규정이라면 모를까 뻔히 드러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이렇듯 물러 터져서야 어찌 법(法)의 령(令)이 서겠는가. 관계자들의 대오각성 철저한 사후관리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