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천지의 정기를 받아서 태어난 것이 사람이요, 조물주의 천지창조는 그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의 몸을 다스리는 것이 마음이요, 그 마음이 몸 밖으로 나온 것이 곧 말이 될 터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는 가장 원초적인 것이 각자가 갖고 있는 말본새인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들의 말본새는 더 없이 거칠어지고 각박해지기 시작했다. 그냥 별다른 속내 없이 내뱉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가시가 돋히고 입에 올렸다 하면 속을 뒤집어 상처를 내는 표독한 말씨들이 열병처럼 창궐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되는 사회지도층에서의 막말이 도를 넘치고 있어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국가원수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지도층에서의 막말은 가뜩이나 경박하고 천박스러워져 가는 사회풍토를 더 삭막하게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 전직 국가원수에게 자살하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원색적인 욕설들을 보면 절망에 가까운 탄식이 절로 나온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자유로운 토론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서로 다른 이론을 논리적이고 지성적으로 토론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고 또는 수용하는 그런 건강한 토론이 민주사회를 이끌어가는 기본 동력이다.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극단적 이기심과 여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대단히 자극적인 욕설을 어느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설의 강도가 높을수록 자신의 의사전달이 잘 되고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인배적 의식이 문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고색창연한 속담은 이제 한낱 순진무구한 교과서적 표현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여론의 주목을 끌어내야 한다는 천박한 천민근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건 저 먼 나라 옛날얘기가 될 뿐이다.
최근 건전한 인터넷문화조성을 위한 ‘선플 달기 실천서약’이 있었다. 실천서약에 참여한 ‘아름누리 지킴이’는 전국 130개 초·중·고학생 5000여 명과 지도교사가 자율적으로 만든 단체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만들겠다고 청소년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어른들의 낯이 뜨거워져야 한다. 어찌 하늘을 볼 것인가.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포용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가르쳐 온 어른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