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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계영배(戒盈杯)

안병현 논설실장

광주시 실촌읍 열미리에서 도강요를 운영하는 조태환(52)씨가 3년여의 연구끝에 계영배(戒盈杯) 재현에 성공했다고 해서 화제다.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으며 국내에서는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원의 도공 우명옥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30년간 조선 왕실도자기의 본고장인 광주에서 청자를 연구해 온 조 씨는 2006년 경남 함안박물관의 한 학예사가 보여준 도자책자에서 계영배를 처음 만났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술잔을 채울 수 있다’는 계영배의 의미에 흠뻑 빠진 조씨는 곧바로 계영배 연구와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옛 문헌이나 도예 책자에는 계영배의 모양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만 있을 뿐 제조원리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8시간씩 힘들게 도자기를 빚어 계영배 만들기를 수백 차례. 모양은 계영배와 비슷하게 나왔지만 물을 가득 채워도 흘러내리지 않는 등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실패만을 거듭하자 조씨는 2007년부터 2년 간은 아예 계영배 연구를 접었다. 하지만 계영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조씨는 올해 4월 다시 연구에 들어간 끝에 최근 계영배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 도자기 제조공정보다 갑절 이상 시간이 걸리는 데다 손도 많이 가고 아직 대량생산을 하지 않아 조씨에게는 현재 계영배 완제품이 30여 개 밖에 없다.

매년 금산인삼축제를 열고 있는 금산군은 절제와 배려의 과학인 ‘계영배 체험관’을 운영해 오고 있다. 금산군은 인삼무역으로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이 된 임상옥(林尙沃.1779-1855)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축제 기간 금산인삼관 3층 상도관에 ‘계영배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거상 임상옥은 항상 계영배를 옆에 두고 과욕을 다스리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큰 재산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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