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회를 아예 농성장으로 만들고 있다. 의석수가 부족한데 국회에 들어가 봐야 뻔한 것 아니냐며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국회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아예 정당으로서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거부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장에서 내몰려야 하는 긴박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그러하니 딱한 노릇이다.
민주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 앞 중앙홀을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단독국회가 열린다면 그것은 신독재시대의 개막을 뜻하는 것”이라는 괴팍한 논리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정국에 편승해오다가 한 달이 지나 그 열기가 시들해지자 이젠 국회 소집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수북히 쌓여 있는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있다. 정세균 당 대표는 원내 대책회의에서 “우리 스스로 행동하는 양심을 자처하고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강경투쟁을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겪게 될 ‘실직대란’ 우려가 불과 수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난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고용기간이 2년으로 제한된 비정규직은 다음 달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든지 아니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할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기간 연장 등 후속 대책이 없으면 이들을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해고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문제가 표류하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 여야 간사와 양대 노총 위원장이 참여하는 ‘5인 연석회의’가 가동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연석회의는 최근 회의에서 비정규직의 사용기간과 사용사유, 사용횟수의 제한, 정규직 전환 의무비율 도입, 사회안정망 확보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사태는 연석회의에서 해결책을 차근차근 모색하는 것도 바람직하나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다. 이달 안에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다음달부터 2년 고용기한에 걸리는 수십만명의 비정규직이 순차적으로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안으로는 정부 안대로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든지, 아니면 한나라당 안대로 일정기간 유예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런 점을 감안해 비정규직 사용기간문제부터 우선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독국회’니 ‘결사항전’이니 하면서 민생을 외면하지 말고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켜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도 이달 안에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