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을 통합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시·군 통합작업이 구체화될 경우 서너개 시·군을 한데 묶어 당장 내년 선거에서 한명의 단체장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통합되는 시·군의 반응은 뜨거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한번 바꾸면 백년 간다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그동안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방향과 내용에 의견을 접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다른 이슈에 묻혀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루다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해 결론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시·군·구 통합론자인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지난 25일 여야 의원 62명의 서명을 받아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 의원의 법안은 2∼5개 인접 시·군·구를 통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통합 시·군·구의 인구를 평균 7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전국적으로 시·군·구가 60∼70개로 통합될 것이라는 게 허 의원의 설명이다.
앞서 국회에 제출된 4개 관련 법안 중 한나라당 권경석, 민주당 우윤근 의원의 안은 허 의원의 안과 대동소이하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를 종전과 같이 지방자치단체로 두고, 인구·면적·경제·지리적 여건 등을 감안해 시·군·구를 통합, 50∼70개의 통합 자치단체를 만든다는 내용에 의견이 일치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가진 청와대 회동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으며, 같은 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밑그림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정치권에 당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거론한 지역·이념 대결 해소 및 사회통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의 어젠다에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도 포함돼 있다는 언론보도와 정부관계자들의 전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는 선거법 협상과 마찬가지로 야당의 동참과 협조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지방행정체제의 효율적인 개편은 지역·국가경쟁력 강화를 제고하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선거·정치제도의 개혁에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여야가 이제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공리공론보다는 행동과 실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