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덩달아 바뀌는 단골메뉴가 된지 오래다. 5년을 견디지 못하는 정책으로 백년대계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가소로운 일이 된 것이다. 학부모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마조마하면 혹시나 했다가 금새 역시나로 돌아선다. 마음이 여간 심란한 게 아니다.
변덕꾸러기 교육정책의 틈새에는 사교육시장의 거대한 손이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공교육이 이제 질식사 일보직전에까지 이르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사교육비 절감 계획은 여지없이 망가지고 말았다. 급한 나머지 이에 대한 대안 마련도 졸속처리 될 수밖에 없는 교육현장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집권한 정권마다 교육정책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의 근본적인 교육만은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미래의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당위적 요구가 우리 교육의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정권의 교육관이 교육과정을 뜯어 고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은 오히려 사교육시장의 급성장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랍시고 내놓을 때마다 사교육업체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기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내신과 수능 어느 한쪽의 비중을 줄이면 다른 쪽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내신 비중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안이 무력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정권의 기분 내키는 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다. 정권의 교육관은 기본적으로 교과부 차원의 정책으로 검토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뜯어 고쳐가면서까지 나만이 옳다는 식의 교육정책처럼 위험천만한 일은 없다. 이러한 정치권에서 논쟁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그 논쟁 중심에 교과목 편성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국·영·수 중심의 입시과목 위주로 편성된 교과목은 사교육시장 팽창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교과과정으로 개편이 될 경우 인성교육과 관련된 과목들의 위축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따라서 한창 검토 중이라는 미래형 교육과정의 전모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이다. 경쟁형 교육과정으로는 사교육을 잡을 수도 없고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없다. 문자 그대로 홍익인간을 준비하는 전인교육의 상징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