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地名)은 특정 지역을 구별하고 인식하기 위해 사람들이 붙인 이름으로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신앙, 풍속과 전통, 놀이와 물산 등의 정서와 실정(實情)이 배어 있다. 따라서 지명은 그 자체로서 지역과 마을의 역사이면서 표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땅 이름은 시대가 바뀔 때, 새 국왕이 등극해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마다 바뀌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독도(獨島)라 할 수 있다. 독도는 512년(신라 지증왕 13) ‘우산도’, 1470년(조선 성종 원년) ‘삼봉도’, 1794년(정조 18) ‘가지도’, 1906년(광무 10) ‘독도’로 개칭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독도라는 섬 이름은 1906년 울릉군수 심흥택이 상급기관에 올린 계장(啓狀)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당시는 ‘외로운 섬’, ‘홀로섬’이란 뜻이 아니라 ‘돌섬’이란 지명이 전라도 남해안 사람들에 의해 ‘독섬’으로 불리우면서 독도로 표기되었다. 석도를 훈독하면 독섬 또는 돌섬이 되는데 지금도 울릉도 주민들은 독도를 독섬 또는 돌섬이라고 부른다.
지금으로부터 약 460만년 전 해저가 용암으로 분출되어 생긴 ‘동도’와 ‘서도’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섬 이름을 번거로히 바꾸었고, 일본은 1905년 시마네현(島根縣) 고시 40호로 다케시마(竹島)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지명은 그 땅의 정서와 실정, 물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인데 독도에는 단 한 그루의 대나무도 없다. 또 열혈 어부 안용복이 일본 바쿠후(幕府)로부터 받아온 서계(書契)에도 “울릉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다(鬱陵島非日本界)”라고 명기되어 있다.
요즘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동도에 선착장이 생기고, 독도 상륙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독도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는데 독도가 인간의 접근을 견재하고 있다. 변덕스런 기상 때문이지만 아마 지난날의 섬 분쟁이 언잖아 노여운 탓이 아닌가 싶어 자괴감마저 든다. 최종덕씨에 이어 김성도, 김신렬 부부가 입도하고, 40명의 경찰경비대원이 지키고 있는 독도는 분명 ‘우리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