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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박정희와 고르바초프

 

개혁이란 말만큼 보편적 흡인력(吸引力)과 그리고 거역할 수 없는 타당성(妥當性)을 지닌 단어가 별로 많지 않다.

개혁이란 말 자체가 대단히 지사적(志士的) 명분을 가지고 있다. 만약 동의하지 못한다면 변화함으로서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옹졸하고 몽매한 일원으로 간주된다. 특히 정치인들 구호는 매우 대중적이기 때문에 속내야 어떻든 이 구호를 자주 꺼내든다.

참으로 포괄적이고 추상적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어리석게도 환호한다.

고르바초프(애칭이 고르비)는 소비에트 연방사회주의 국가 대통령이었다. 머리에 세계지도 비슷한 흉터를 가지고 있지만 역대 소련 최고 지도자 레닌, 스탈린, 후르시초프와 달리 어딘가 약간 선량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내건 유명한 정치구호가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개혁), 그리고 글라스노스트(Glasnost-개방)였다.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을 때 이런 구호는 대단히 위험하다. 성공하면 충신이, 실패하면 역적이 되기 때문이다. 개혁과 개방을 주장할 만큼 당시 주변 상황이 좋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르비는 이 구호를 고집하고 추진한다. 그 용기에 찬사(讚辭)를 보내고 일찍이 내 스스로 팬이 되길 자처(自處)했다.

얼마 전 외신에 ‘가수 뺨친 고르바초프... 노래CD 2억원에 팔려’라는 기사가 떴다. 스타의 소식에 팬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노래 제목이 ‘오래된 편지’. 가사가 참으로 좋아 소개한다. “오래된 편지 묶음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편지 하나/깨알 같은 작은 글씨, 연보라 잉크 얼룩이 번져 있었네/그 땐 생각지도 못한 이별, 사랑의 인연은 끊어진 것인가/낙엽이 먼지로 사라지듯이, 우리의 행복했던 시절도 사라지고 마는가.”

올해 78세, 어림잡아 팔십 노인이 부르기엔 너무 애절한 연가(戀歌)! 하기야 사랑에 나이가 무슨 대수인가? 죽은 아내를 회상하면서 불렀다고 한다. 이 노래를 담은 CD가 자선경매장에서 2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이다. 아내 라이사 인기가 고르비보다 앞섰다고 하는데, 인상도 동양적이고 참으로 수수했다.

사실 이제까지 호사가(好事家)들 사이엔 고르바초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말이 많다.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라 경제가 엉망이어서 소련을 해체시킨 것인데, 무슨 노벨상이냐? 미국과 가까워서 받은 게 아닌가? 그러면 역설적으로 히틀러가 자살했음으로 2차 대전이 종전됐으니, 그 인간에게도 평화상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 어느 시대 어느 곳이 든지 억지를 쓰고 입에 거품을 무는 재미로 삶의 가치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일일이 대꾸할 기운도 없다.

따져보자! 특히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기득권을 포기한 채, 누구도 예측 못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 용기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당시 공산주의 체제의 패배를 당당히 인정하고, 자본주의로 바꾸고 수많은 국영기업을 민영화 시켰다. 쉬운 일일까? 철의장막(鐵─帳幕)을 거둔다는 게 간단한 용기만 가지고 할 수 있을까? 옛 화려한 시절에 젖어 있는 군부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당시 소련연방은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던 강대국이었다. 최강 대국을 해체하고 평범하게 좀 힘있는 나라도 전락할 것이 뻔한데, 국민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결국은 군부에 의해 쫓겨난다.

나중에 대통령이 된 옐친이 전차 위에서 유명한 연설을 하고...

오늘 이 글은 흘러간 소련의 정치사를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니다.

육영수 여사의 영구차를 보낼 때 문주(門柱)에 기대고 눈물을 흘리는 박 대통령과, 라이사를 보낼 때 눈물을 흘리던 고르비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높건 낮건 순수한 인간의 모습에만 반할 뿐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눈물은 복선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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