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는 좋은 말이다.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촌지는 검은 돈의 대명사가 되었다. 학부모가 교사를 만나 은근히 건네는 그런 돈말이다. 건네는 사람이야 뜻 그대로 마음을 담아 전한다고 하지만 속 마음도 그럴까.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월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학부모의 18.6%가 지난 1년 사이 교사에게 촌지를 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촌지를 건네는 학부모 가운데 ‘감사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6.4%밖에 안 됐다. 93% 이상이 ‘뇌물’, 또는 ‘없애야 할 관행’이라고 인식하면서 촌지를 준다.
서울시교육청이 폭탄선언을 했다. 촌지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공무원과 교육청 파견근무자의 부조리 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3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조례는 금품 향응 수수는 해당 액수의 10배 이내, 직무관련 부당이득은 추징·환수액의 20% 이내, 교육청의 청렴성을 훼손한 행위에 대한 신고는 3천만원 이내의 보상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몇몇 교육청이 교육공무원의 부패를 막기위해 보상급 지급조례를 제정했으나 내부공무원만을 신고 주체로 삼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천교육청이 올들어 이번 조례 입법예고와 같은 내용의 보상체제를 도입하기는 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조례를 채택키로 한 것은 파장의 크기와 충격이 사뭇 다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반발도 크다.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 조례가 시행될 경우 자칫 서울시 8만여 교원과 교육공무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교총은 또 무차별적인 신고로 인해 인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질 지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촌지는 주는 학부모 입장에서나 받는 교사 모두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주지 않고 안받으면 그뿐이건만 교사들의 봉급을 대폭 올려 촌지는 거들떠 보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