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가 바뀐 것은 88서울올림픽 이후부터다. 이제 20년 가깝다. 전국 어느 도시, 어느 고속도로 휴게실을 가릴 것도 없이 도처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아마도 21세기 변화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화장실하면 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작고한 수원시장 심재덕이 광교산 입구에 반디불이 화장실을 세우면서 지저분한 ‘뒷간’에서 깨끗한 ‘해우(解憂)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완의 상태라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말이다. 퍽 오래 전 일본화장실협회 회장 니시오카히데오(西岡秀雄)씨가 쓴 기고문을 한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일본도로공단으로부터 고속도로에 어느 정도 간격으로 화장실을 배치해야 좋겠는지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장 실사에 나섰는데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우선 남녀의 화장실 점유시간을 재봤더니 남자는 31.7초, 여자는 1분32초 걸렸다. 남성의 3배다. 그래서 일본도로공단에 여성 화장실을 현재보다 3배 늘여야 수요와 공급이 맞겠다고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내친김에 남녀가 사용하는 화장지 소모량을 조사했는데 남자가 1일 동안 쓰는 화장지 길이는 3.5m인데 반해 여자는 12.5m로 남성의 3.7배였다. 이 양을 일본 인구 1억2000만 명으로 곱하면 적도(赤道)를 10바퀴 돌고도 남는다. 니시오카씨는 자기 나이가 80살인데 단순 계산을 해도 2500롤의 화장지를 수세식 변기를 통해 흘러 보낸 셈이 되고, 이것은 높이 15m짜리 펄프 나무 여섯 그루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내고 쓰던, 안내고 쓰던 화장지를 낭비하는 것은 환경 파괴행위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우리나라는 도농 간에 화장지를 사용한다. 그만큼 화장실 문화가 진화했다. 그렇다고 세계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화장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말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3분의 1만이 화장지를 쓰고 있다. 인도, 말레이시아인들은 손가락과 물로 씻고, 미국 중부에서는 강냉이 수염을 화장지 대용으로 쓰고 있다. 얘기가 지저분해졌지만 한 번쯤 자성해 볼만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