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궁핍하던 시절, 우리의 최대 미덕은 근검절약이었다. 검소한 생활 속에서 저축을 생활화했던 시절이 있었다. 청천벽력 같은 IMF외환위기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OECD회원국 가운데 으뜸이었던 24.9%를 자랑했고 그 자부심 또한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불과 10년 뒤 우리의 저축률이 OECD국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아무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태’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 저축률이 낮으면 투자와 가계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경제성장은 자리를 멈추게 되고 가계부채상환능력이 악화되는 것이다.
70~80년대의 높은 저축률이 투자활성화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저축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투자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둔화되고 경제성장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수출은 우리경제의 핵심이다. 변변한 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는 오직 수출로 살 길을 찾아왔다. 이를테면 능력 있는 인간자원들의 수출벌이가 유일한 우리의 경제수단이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저축률이 계속 떨어지면 우리의 경제사정은 더 이상 기대할 곳이 없다.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선진국들의 소비심리는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우리의 소비추세는 멈출 줄 몰랐다. 일부 상위계층의 과도한 소비성향 탓일 수도 있지만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저축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급락세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 주거비 등 아무리 줄일래야 줄일 수 없는 지출요인도 큰 원인 중 하나가 될 터이고 가계재무구조가 불안정하다는 것이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평등주의가 휩쓸고 지나갔다. 내 돈 내 맘대로 쓰자는데 웬 잔소리냐는 볼멘소리들이 나왔다. 엉뚱한 투기로 한몫 잡은 졸부들의 속성을 미워하면서 따라하는 묘한 행태들이 엉뚱한 소비성향으로 나타난 것이다. 소비의 평등주의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가계저축률 하락은 가계부채 해결의 저하를 가져온다. 우리 경제의 뇌관은 누가 뭐래도 가계재무구조의 문제다. 따라서 지금까지 팽배해있는 과소비 외곡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가계저축률 향상을 위한 정부의 능동적 대처방안도 시급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