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과 여권 안팎에서는 우왕좌왕하는 민심을 바로 잡는 대안으로 대대적인 인적쇄신 요구가 비등하고 있다. 혹자는 당·청·정 가릴 것 없이 조각(組閣)에 버금가는 개각 또는 경질을 하라 하고, 혹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삐딱한 관계를 견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국무총리로 입각시켜 주류, 비주류, 친박으로 나뉜 한 지붕 세 가족의 한나라당 통합과 큰 폭의 물갈이를 주장한다.
또 혹자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을 쇄신하고, 청와대와 내각도 바꾸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런 주장, 저런 제안을 뭉뚱그려 보면 ‘대통령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말로 들린다. 하나 막상 인사 쇄신의 칼 자루를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장고(長考)만 할 뿐 좀처럼 칼을 뽑지 않고 있다. 잦은 개각은 책임정치를 방해하고, 개각이 민심수습의 요체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반대했던 유영모는 이런 얘기를 했었다. “대통령 자리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인사처리 하는 자리입니다. 올바른 사람으로 하여금 총리를 시켜서 내각을 조정케 합니다. 만일 총리가 하는 일이 잘 안되면 시각을 늦추지 말고 갈아내어 다시 내각을 조직케 합니다.
이에는 인물들이 반듯이 덕성(德盛 )하여야 합니다.” 대통령은 슬기롭고 훌륭한 인재를 찾아 나랏일을 맡겨야 하며 인사를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나라가 잘되기도 하고 못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하였다.(마태오 5;37) 총리나 장관들이 대통령이나 국민에게 “예”해야할 때 “예”할 줄 알고, “아니오”해야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으면 나랏일을 맡길만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내각에 “예”할 때 “예”하고 “아니오”해야할 때 “아니오”라고 한 총리와 장관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과문의 탓인지 모르지만 직언(直言)을 서슴치 않았다는 얘기를 들어 본 일이 별로 없다. 공자는 말했다. “곧은 이를 들어 구부러진 이들 위에 두면 씨알(民)이 바를 것이고, 구부러진 이를 곧은 이들 위에 두면 씨알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인사가 만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