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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

 

지난 10일 밤 TV방송에서 유럽의 대표적 선진국인 프랑스에서 자행되고 있는 가정폭력의 어두운 실태를 알리는 내용이 소개되었다.

파리 인근의 한 길거리에서 한 여인이 말다툼 끝에 흥분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는 사건이었고, 일주일 뒤 숨진 여인을 추모하고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침묵시위가 열렸다.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의 서명과 연설도 소개되었다.

이 프로에 의하면 프랑스의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3일에 한 명이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매년 200만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40만명이 병원 응급실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심각한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가정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급기야 2007년 경찰청에 ‘가정폭력 전담반’을 설치하게 되었다.

물론 그런 사회적 조치만으로 가정폭력이 바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가정폭력의 문제는 사회적 조치나 기구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효과성이 나타나기는 어렵다.

사회적인 문제해결 의지와 함께 가해자 스스로 치료나 상담을 통한 문제해결을 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얼마 전 경기도의 모 시에서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남편을 죽이려고 약을 먹인 사건이 발생했다. 모든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그렇듯이 이 여성도 맞서 싸우거나 도망을 가거나, 누군가에게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산다’고 알리지도 못하고 20년을 넘게 살다가 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아’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런 우리 사회는 말한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데... 왜 그렇게 살아, 왜 그랬어, 이혼하지?’ 한다. 맞다, 당신은 그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랫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폭력 피해자였기 때문에 우리의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을 이제야 듣고 선택한 것이 ‘살인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대응이 결코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와 그 비참함을 함께 겪은 자녀가 그녀의 삶을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태도 때문에 가슴 아플 뿐이다.

이러니 어찌 프랑스의 실태가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겠는가? 여성긴급전화 경기1366의 상담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전체 상담건수대비 가정폭력 상담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은 전체 20,048건중 5,899건으로 29.4%, 2008년은 19,689건 중 5,636건으로 약29%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 상반기는 전체 10,193건 중 가정폭력상담이 3,344건으로 전체의 32.8%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도내는 약 100여곳의 상담소가 있다 이곳의 상담실적을 모두 합치면 폭력문제로 상담하는 건수는 훨씬 높을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프랑스의 심각한 가정폭력의 문제를 도마에 올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남의 말 하지마라’인 것이다.

그리고 전체상담의 약 42%가 오후6시 이후에서 아침9시까지 야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현실적 위기문제인 것이다. 낮 시간 운영되는 다양한 지원체계를 활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긴급위기 지원이 필요하고 적극적 문제해결을 국가적개입이 요구되는 영역인 것이다.

그 문제상황에는 여성 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노인 등 가족구성원 모두의 문제이고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문제는 곧 국가의 위기인 것이다.

이런 의미로 가정폭력의 문제는 사회 기초단위의 구성원 모두에 대한 개입이 요구되는 영역이므로 특히 ‘가정폭력 경찰담반’ 설치는 우리에게도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민간의 영역이 개입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영역과 이에 앞선, 사건 발생 후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위한 국가적 대응이 적극적으로 함께 되어 진다면 가정폭력의 문제로 피해자가 죽어가거나, 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죽어가는 최악의 종말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사회문제의 여러 원인이 되고 있는 가정폭력의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가, 우리 사회의 대응방법이 이곳 저곳에서 흥밋거리로 사례가 되거나 가십거리로만 관심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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