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하반기 원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간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한 대립을 보이던 경기도의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사건건 격돌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대야 협상력 부재에 미니 야당의 대여 견제론이 무색할 정도로 대립 일변도여서 양수레바퀴 논리의 지방의회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아예 고사 직전이다.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에 협상력 부재까지 겹쳐 아예 지방자치가 위기상황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공약인 학교급식 예산을 삭감한 한나라당과 이를 되살리라고 요구하는 민주당 등 야당이 벌이는 대립은 끝내 성명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경기도교육감의 공약 실천에 소요되는 예산을 놓고 여야가 대리전 양상의 정치적 대립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과 민노당이 아이들 밥그릇을 핑계로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김상곤 도 교육감에 대해서도 경기교육에서 갈등을 야기시켰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에게 정치쇼를 한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일괄 무상급식 지원 예산 85억원을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대신 삭감된 급식예산과 일부 예비비를 포함, 저소득자녀 중식지원비를 당초보다 101억6천만원 증액 편성했다. 잘 따져볼 일이다.
돔 구장 건설을 놓고 안산시의회 한나라당과 민주, 민노 등 야당이 벌이는 싸움은 법정으로 번질 태세다. 안산시의회 민주, 민노당 의원 9명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안산돔구장 건립안이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날치기 통과됐다”며 “원천무효인 만큼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서로 으르렁 대고 싸우는 것이 몸에 밴 정치 습성이 지방에도 만연하고 있다. 국회 지방자치연구포럼이 13일 국회에서 개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원로인사·국회의원 간담회’에서 여야를 향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중앙 정치권이 지방의회 의원들을 수족으로 거느려 결과적으로 지방살림을 정당정치의 폐해로 물들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1년 남짓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