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타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8월 30일 총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중의원 해산은 아소 총리에 대한 불신임과 주요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위기 돌파가 명분이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과반의석(241석)을 쟁취해 정권을 교체하겠다며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아소 총리는 줄곧 구설수에 올랐다. 당초 기대에 못 미친 국정 탓도 있지만 리더십 부재는 자민당 내부에서 조차 조기 사퇴설에 시달렸다. 민주·공산·사민·국민신당이 참의원에 제출한 ‘아소 수상 문책결의안’이 가결되고, 중의원에 낸 ‘내각불신임안’이 부결되었다 하더라도 아소 총리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주요 자치단체장과 도쿄도의회 의원선거 참패는 자민당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자민당은 아키다(秋田)현 지사 선거만 승리하고, 나고야(名古屋) 시장 등 5석은 민주당에 내주었다. 일본의 심장인 도쿄도의회 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은 48석에서 38석으로 준 반면, 민주당은 34석에서 54석으로 20석이나 늘었다. 극우파 대표주자로 알려진 이시하라신타로(石原愼太朗) 도쿄도지사의 입지도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중의원 선거를 8월에 실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8월 선거는 1898년(명치31)과 1902년(명치35) 두 차례 있었을 뿐이므로 107년 만이다. 또 중의원을 7월에 해산한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8월 선거를 하지 않는 이유는 혹서기인데다 오본(추석)이 끼여 있고, ‘원폭의 날’과 ‘종전기념일(패전기념일)’ 등 일련의 추모행사가 많아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일본 정가에서는 이번 총선을 ‘마라톤 선거전’이라고 말한다. 선거 공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치르는 것이 전례였는데 이번 선거는 40일간으로 10일이 더 긴데서 나온 말이다. 민주당은 이미 매니페스토(선거공약)의 대강을 정비한 상태지만, 자민당은 지난 16일에야 매니페스토 프로젝트 전체회의를 가졌다. 과연 정권교체가 이루어질지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