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소재로 한 조각, 공예, 도예,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전시회가 오는 25일 청계천문화관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장기레이스에 들어간다.
한국마사회 마사박물관과 청계천문화관이 공동 주최하는 특별전 ‘馬馬(마마)님의 박물관 행차’에는 회화의 김점선, 장동문, 류한, 이보라를 비롯, 조각 김선구, 도예 유종욱, 김세열, 박기열, 사진 이광호, 유병욱, 설치미술 하남경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는 작가들의 작품 55점이 선을 보인다. 이들 작품의 1차 전시회는 청계천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8월 말까지 열리며 2차는 서울경마공원 해피빌 1층에서 9, 10월 두 달간 개최된다.
출품작 중 김선구의 ‘선구자’는 오래 전 일본 말 조각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았고 장동문의 화려한 ‘생성’ 시리즈도 해외 아트페어에서 더 유명하다.
이미 제주말의 도자 작품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유종욱과 공예대전에서 ‘고구려의 아침’으로 금상을 수상한 김세열도 말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하남경은 해마다 열리는 공공디자인엑스포에 꽃말, 하늘말 등 신선한 작품을 출품하며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사진집 ‘쿠바를 찍다’ 저자로 더 유명한 이광호는 인물사진을 잘 찍는 작가로 몇 해 전부터는 말에 빠져들어 얼마 전 ‘말의 초상’이란 전시회를 가졌다.
또 말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과 긴장, 사랑 등을 바라본 박기열, 자신의 성장과 자아를 깊이 들여다보는 류한의 작품도 작가들의 섬세한 내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정지된 화면이지만 폭발 직전의 긴장감과 응축된 힘이 느껴지는 유병욱의 사진 작품들도 색감이나 질감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동양화 전공자답게 선과 한지의 아름다움을 살린 이보라의 작품은 중국의 옛 화보를 보는 듯 흥미롭고 소외와 고독으로 뒤엉킨 말무리 가운데서 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동음이의어인 ‘말(語)’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도 있다.
특히 얼마 전 타계한 고(故) 김점선의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순수를 선사했던 화가와 다시 한번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전은 ‘말(馬)’이라는 공통된 대상을 소재로 한 여러 장르의 예술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보기 드문 전시회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말이란 동일한 대상을 통해 각 작가들이 표출한 경쟁, 패배, 생성, 기상, 토양, 역사, 자연, 긴장, 사랑, 고독, 성숙 등 다양한 이미지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는 색다른 문화적 경험과 현대 한국 미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