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하자는 제작진 연락을 받고 놀랐는데, 김혜수 선배님 추천인 것을 알고 더 놀랐어요. 단순히 제작진이 웃찾사만 보고 하자는 것인 줄 알았거든요. 한 번 만나뵌 적도 없는데….”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인기 코너 ‘웅이아버지’에서 오봉이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여장 연기를 펼쳤던 개그맨 한승훈(23)이 ‘찬란한 유산’ 후속으로 다음달 1일부터 방송되는 SBS 드라마 ‘스타일’(극본 문지영, 연출 오종록)로 드라마에 데뷔한다.
이번에는 남자로 등장한다. 패션잡지 ‘스타일’의 피처팀 에디터인 곽재석 역할을 맡은 것. 그러나 곽재석은 멋지고 아름다운 물건에 대한 욕심도 많고, 소문 내기 좋아하고 수다스러운 여성적 캐릭터. 한승훈은 “결국 가발 안 쓴 오봉이”라며 웃었다.
배우 김혜수는 그를 제작진에 추천한 이유를 “여성 연기 캐치를 잘 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봉이의 어색하지 않은 연기가 마음을 끈 것이다.
사실 한승훈이 여장연기를 한 것은 ‘웅이아버지’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무려 4년 동안이나 대학로 소극장에서 매일 여장 연기를 선보였던 것. 김혜수가 그의 연기를 보고 추천할 만하다.
“사실 그 때는 거의 포기 단계였어요. 4년을 준비했지만 운이 좋아야 1년에 한두 달 방송에 나갔거든요. ‘여장 연기는 가장 마지막에 하는 것’이라고 말리는 선배들의 충고에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가장 잘 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버텼죠.”
결국 여장을 하고 오봉이 연기를 통해 팬들의 사랑도 얻고, 드라마 데뷔로까지 이어졌으니 그의 선택은 ‘홈런’을 친 셈.
그는 “그 때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시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그에서도 여장 연기를 하는데 드라마에서도 여성스러운 인물을 맡았으니 캐릭터가 너무 고민될까 고민인 것. “여장 연기는 마지막에 하는 것”이라는 선배들의 충고가 생각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뽑아먹을 대로 뽑아먹자’는 생각이랄까요?”
방송 용어를 몰라 실수를 연발하기도 하고, ‘애드립을 치라’는 PD의 요구에 응하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한승훈은 열심히 연기에 임하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