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의보감을 처음 접한 것은 TV드라마로 또는 허준의 전기형식의 소설을 통해서였다. 그렇게 유명한 세계적 문화가치를 모르고 있었던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그런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동의보감의 등재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동의보감은 16세기 의학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이자 세계 최초의 공중 보건 안내서”라고 평한 것이다. 우리민족의 독창성과 정통성을 인정받은 쾌거다. 지난 달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데 이은 낭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의궤,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에 이어 동의보감까지 7개의 세계기록 유산 보유국가가 됐다. 중국은 5개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번 동의보감 등재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중의학공정’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동의보감은 1610년 광해군 시절 허준이 완성한 동아시아 전통의학 최고의 의서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다른 나라의 의학 서적이 대부분 개인이나 지역단위의 의학서인데 반해 동의보감은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진 위민사상의 실천학문이라는 점이다. 최초의 민중보건 의료서적인 동의보감은 허준이 고대 민간요법을 총망라한 1000여권의 동아시아 의서를 연구·분석한 완결판이다. 18세기 후반부터는 사대부가 갖춰야 할 4가지 책에 포함될 만큼 당시 지식층의 필독서이기도 했다. 정조 대왕은 이 동의보감을 토대로 ‘수민요원’이라는 민중의학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이 ‘수민요원’을 시발로 민족의학을 정립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 출간이후 중국과 일본에서도 널리 읽혔다. 특히 중국은 중의학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그들은 한의학을 중의학의 아류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록유산 등재는 한의학의 정통성과 독창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 된다. 따라서 우리 한의학이 중의학의 아류라는 편견은 떨쳐버리게 된 것이 가장 큰 의의가 될 것이다.
선조가 허준에게 동의보감을 편찬토록 한 것은 국민의료체계를 국가차원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념의 반영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정부와 한의학계 전반에 걸친 의무와 위상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전통음식을 세계화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동의보감을 브랜드화 시키는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체의학으로서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우리 전통의학의 우수성을 만방에 떨칠 기회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