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집값 잡겠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 내놓은 최대의 경제정책이다. 그러나 잡으려고 내리 누르면 결과는 언제나 정반대의 현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마치 공의 반발력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강남땅으로 대변되는 부동산투기는 좀체 줄어들지 않고, 주춤하는가했던 전셋값이 다시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전셋값 급등세가 강북으로 번지더니 이번엔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서민층의 가장 소중한 꿈이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이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스런 환상에 속하는 세상이다. 사글세방, 전세방을 출발로 적금 들고 보험 들어서 10년 뒤, 혹은 20년 뒤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다. 그래서 전셋값이 오른다는 얘기는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진다는 적신호가 되는 셈이다.
전셋값이 2월 이후 2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들은 이미 2억 원 대를 훌쩍 넘어섰다. 세계 금융위기 때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은 그렇다고 치고 인천, 수원, 의정부를 비롯한 수도권의 전셋값이 서울의 그것을 맹렬한 기세로 따라가고 있다니,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셋집 구하기도 너무나 벅차게 다가왔다. 이처럼 전셋값이 치솟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수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나니 값의 상승은 뻔한 이치다.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 사업이나 재개발?재건축이 늘어나면서 소형 전세 주택이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한집에 두 가구, 세 가구 둥지를 틀고 살던 세입자들이 갈 곳을 잃게 된 것이다. 서울에는 작은집, 작은 아파트가 점점 사라지고 이제 남은 길은 지방으로 나가는 것이다. 수도권마저 전세 대란이 일어날 경우 우리의 주택정책은 정말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뻔하다.
잇따른 도시개발로 이사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전세 물량은 절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전세 수급 조절에 나서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재개발·재건축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이주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세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셋값 폭등에 따른 서민용 전세 보증금의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도 검토해야 할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큰집, 대형 아파트 건설보다 선행해야 할 것이 소형 주택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임을 참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