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즐거운 여름방학이다.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피서여행을 떠나는 젊은 함성들은 보기에도 좋다. 이러한 피서철을 맞으면 지역별 문화행사도 쉴 새 없이 열리곤 한다. 자기지역을 알리고자 하는 이른바 문화마케팅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즐거움 속에서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관공서에서의 떠들썩함에 비해 실제 지역주민들은 자기 지역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적 지역문화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과 정체성·동질성을 자랑할 수 있는데서 부터 출발하는 것이 옳다. 관광개발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라거나 외지인을 위한 투자 일 뿐이라는 식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의 이미지와 지역민의 자의식 고양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실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위한 지역문화 사랑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대중적 지역화의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 향토사가와 전문연구자들의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일 또한 중요한 일이다. 전문 연구자들은 향토사가를 얕보는 아카데미스의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 지역문화연구는 곧 지역사회의 문화에 대한 실천운동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확보하는데 이바지하지 못하는 지역문화라며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지역민, 특히 젊은 층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지역문화운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 고장 역사와 문화가 늘 내 곁에 있는 우리 이웃들의 얘기로 여길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의 지역문화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또는 살아왔던 선조들의 이야기. 즉 살아가는 휴먼스토리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외지인들에게 또는 전국적으로 나아가 세계적인 휴먼스토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화행사들이 피서철이 끝나면 또 시나브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일회성 행사를 벗어난 오래가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지역문화와 맞물린 휴먼스토리가 지역에서 생산해 수출까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문화전략 략 상품이 될 것 아닌가. 시민운동단체나 지역 언론 그리고 지역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축제를 하나쯤 만들어보자. 이 뜨거운 여름 더위를 피해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우리 것, 우리지역의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