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색한 자린고비 구두쇠라 할지라도 인생의 마지막 길을 가는 망자에 대한 인심은 유별나라 후한 것이 우리 민족의 오랜 미덕이다. 이른바 초상집 인심이다. ‘측은지심’은 사람다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인정머리라 믿고 살아온 백성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혼삿집 인심보다 더 후한 것이 초상집 인심이다. 그날은 온 동네 거렁뱅이들의 잔칫날이 되기도 했다. 지나가는 길손도 국밥 한 그릇 얻어먹기는 여반장이다. 심지어 이웃동네 거지들까지 초상집, 잔칫집 일정을 우르르 꿰고 다닌다. 이런 날은 어슬렁거리는 오래 묵은 누렁개도 쫓지 않는다. 인생 마지막 가는 길 아무리 없이 살아도 이날만큼은 인심을 후하게 쓰는 것이 아주 오래된 우리들의 미풍양속이었다.
없는 집이건 있는 집이건 이날만큼은 온 마을 사람들이 넉넉히 먹고 적선하고 그리고 망자에 대한 추모의 정을 흠뻑 느끼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의 미풍양속이 어느새 장사꾼들의 돈놀이 수단으로 엉뚱하게 전락하고 말았다.
이른바 상조회사의 출현이다. 일종의 보험형식으로 일정한 회비를 내면 모든 장례절차를 척척 알아서 처리해주는 고마운 회사로 알고 있다. 그러던 상조업계가 서민들을 울리는 악덕상혼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상조업계의 부실상태가 심각할 폐해를 낳고 있다. 상조회사는 2003년 72개에서 지난해에는 4배 가까운 281개로 늘어났다. 설립하는데 별다른 규제가 없고 설립자본금 포함 제한이 없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281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다. 62%에 달하는 업체가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었다. 절반정도는 아예 회원 불입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르나 이런 회사들이 파산하면 그 사후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모릇이 그 피해를 회원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적정규제방침이 없는 상태에서 난립하게 된 영세업자들에게 달려있다. 과다경쟁에 의한 과잉홍보로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피해 상담 건수가 29건에서 1374건으로 증가했다. 5년 동안 무려 20배가 넘는 피해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오죽하면 국회에서조차 들고 나섰을까. 이 같은 피해를 소비자에게 돌려서는 안된다. 상조회사 설립에 대한 적절한 규제조치와 함께 사후 관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하반기 국회에서 불법업체나 부실업체 규제를 위한 법인을 제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3억원 이상인 회사만 영업할 수 있고, 회원 납입금의 50%를 금융회사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포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정된 할부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무리 제도를 강화한다 해도 어차피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다.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