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치하의 소수 민족은 늘 핍박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아이누족도 그 중 하나다. 아이누족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와 카라후토(樺太), 치시마(千島)열도 등지에 사는 종속이다. 아직 인종 및 언어의 시원과 계통은 확적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이들은 추운 북방지대에 사는 까닭에 바다와 강에서 고기잡이, 산악에서 수렵, 산나물 채취 따위로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일본 본토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상실했다. 특히 명치 정부의 강압적 동화정책으로 고유의 관습과 문화가 상당부분 훼손되고, 인구도 급감했다. 오늘날에는 소수의 아이누족이 겨우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수원시와 자매결연한 홋카이도 아사히가와시(旭川市)에 아이누촌이 있는데 이곳은 아이누족의 생활터전이라기 보다는 관광용 시설물에 불과하다.
아이누족은 키가 작고, 생김새가 일본 본토인과 사뭇 달라 처음 보는 사람도 이방인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종족으로서의 자존심과 명예가 있고, 그들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었을 터이지만 소수민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자신의 참모습과 문화를 잃어가고 있으니 그 통분이 어찌 가볍겠는가. 최근 일본은 아이누족 지위 향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날 사토고오치(佐藤幸治) ‘아이누정책에 관한 유식자 간담회’ 대표는 가와무라(河村) 관방장관에게 아이누족 지위 향상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골자인즉 정부 정책이 아이누족의 독자적 문화와 전통적 생활을 쇠퇴시킴으로서 발생한 본토인과의 생활 격차를 없애기 위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에서는 아이누족 자녀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직업훈련 제도 등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제도를 전국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이누족만을 특별 대우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을 낳게 한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홋카이도 아이누협회측도 문화 전승자로서의 아이누 고령자를 대상으로 생활지원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