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의 과열현상이 이제는 원어민 강사들의 엉터리 놀음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원어민 영어 강사제도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골칫덩이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까지 국내에는 무려 7000여 명의 원어민 강사들이 우리의 교육현장에 투입된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돈맛을 들인 이들 엉터리 강사들은 1년을 채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자격기준이 없는 학원 강사로 자리를 옮겨가기 때문이다. 2008년 전국에 배치된 5805명의 원어민 강사 중 1년 이상 근무자는 전체의 23%, 1309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원어민 강사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제도의 문제점이 너무나 크게 나타난다. 국립국제 교육원의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오는 원어민 강사는 그런대로 교사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강사들이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지역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직접 나서면서 이 같은 공급수준이 크게 떨어지게 된 것이다.
올해 학교현장에 투입된 원어민강사 7088명 중 EDIK를 통해 들어온 강사는 19%, 1339명에 그치고 있다. 반면 교육청과 자치단체 등이 업체를 통해 조달한 강사는 53%, 3779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학교가 직접 채용한 강사도 23%, 1798명이나 됐다. 원어민강사 선발은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에 쫒기는 지자체 실적위주의 선발을 하다 보니 이러한 허점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영어사대주의에 함몰돼 있는 건 아닌지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청년백수 100만 시대에 별다른 자격도 없는 영어강사를 대량수입 해야만 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깔끔한 주택과 생활용품, 가구에 이르기까지 원어민강사에 대한 대접은 극진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융숭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가르치려는 열정이 없다. 오직 월급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들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제재규정도 없다. 한 학기를 채우기도 전에 온다간다 한마디 없이 이 학원으로 저 학원으로 전전하는 원어민 강사들도 수두룩하다.
현역교사들 조차 원어민 영어강사들의 교육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수천만 원짜리 연봉을 받는 이 제도를 과연 언제까지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원어민 강사채용기준을 강화하고 출국관리 등에 대한 운용방침을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