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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비, 그리고 광화문 광장

 

또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도 필자는 출근하면서 걸어야 하는 동안은 물이 고인 곳을 피하려고 주로 바닥만 보고 다녔다.

보도와 차도는 그 쓰임새가 정해져 있다. 뜻 그대로 보도는 사람들이 걷도록 조성되고, 차도는 차량만 다니도록 조성된 것이다. 그리고 보도와 차도를 분리한 것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걷도록 조성된 보도에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걷도록 조성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안전시설과 편의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시설과 편의시설은 보도블럭, 벤치, 가드레일, 건널목 신호등, 가로등 등을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디자인의 질에 따라 보도를 걷는 시민들이 힘을 덜 들이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에 조성된 보도는 대개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쾌적성’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요 근래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즉, 비가 많이 내리는 경우 보도 곳곳에 고인 빗물에 신발은 물론 바지가 젖기 일쑤이고, 보도와 차도에 내린 빗물이 신속하게 빠져나가지 못해서 고여 있는 곳이 생겨나서 차량이 빠르게 지나가는 경우에는 보도로 물이 튈 정도이다.

보도를 설계하는 설계가와 직접 설치하는 작업인부들 사이에는 일체의 교류가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설계가는 자신이 설계한 보도 혹은 보도에 존재하는 여러 시설들이 자신의 의도에 맞게 설치되는 지에 대해 알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설계한 보도를 직접 이용해 본 경우가 전혀 없거나, 해당 보도에 설치할 시설들을 이용해 본 경우가 없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설계한 것들이 제대로 설치되어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하고 있는 지를 직접 체험해보아야,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어떠한 부분을 좀 더 강화하면 좋은 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완공되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된 경복궁 앞에 조성된 광화문광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과 함께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은 그간 개발시대에 이루어진 기능과 효율 중심의 공공의 공간 조성에 익숙해져 있던 시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그것도 경복궁 바로 앞에서 맘껏 걸어 다닐 수 있다고 그 누가 상상을 했을 것인가.

필자도 광화문 광장의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면서 그동안 외국에서나 체험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가질 수 있구나 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였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즉,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이 불필요하게 많이 설치되어 있는 공간이 있어, 각 방향에서 건널목을 이용할 때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이를 하나로 합쳐도 될 것 같은 점, 횡단보도와 맞닿아 있는 보도 가장 자리에 교통신호기가 위치하여, 보행자들이 이를 피하여 건널목을 이용하고 있는 점, 그 외에는 회색계열의 교통시설에 부착된 장애인용 단추가 어딘가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한 점, 그 외에 교통안내 표지판이 달려 있는 기둥과 교통신호등이 달려 있는 기둥이 연이어 설치되어 있어 차량을 타고 지나갈 경우 교통안내 표지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점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디자인으로 해결 될 수 있는 것이고, 조금만 ‘공간적’으로 생각했더라면 기둥 하나라도 줄일 수 있게 되어,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보도에 설치된 시설의 개수가 줄어들게 되어 보행자를 위한 보행의 쾌적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계천 공개 때도 그랬던 것처럼 주말이면 지방 주민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광화문 광장을 방문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청계천 공개 때도 그랬듯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서울시가 조성한 광화문 광장처럼 유사한 광장 조성 사업을 각 지자체에서 행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즉, 전국 각 지자체에 광화문 광장의 유사품이 적어도 하나씩 들어서게 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부탁하건대, 시민을 위한 사업이 완료되어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기 전에 반드시 이러한 점을 가칭 ‘시민체험단’을 꾸려서 점검하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어차피 시민들이 이용할 공간이니 시민들로 하여금 미리 이용하여 장단점을 찾아내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예산과 시간의 절감뿐만 아니라, 시민에 대한 정책의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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