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혁에는 국민적 공감대와 그에 따른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고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 해도 정치개혁은 그렇게 쉽게 처리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험하고 거친 가시밭길이라도 시대에 맞는 정치적 개혁은 꼭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만 예측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압축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행정구역 개편논의는 간담 없이 흘러나왔고 여·야간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 남아있다. 현실이 이런 만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는 당근도 내놓았다.
현행 지방행정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진단은 정계는 물론 학계, 시민단체에서조차 크게 거론된 사안이다.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아주 드문 정치적 사례가 된 것이다. 지역주의가 심화되고 효율적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현재의 오래된 행정구역이라는 지적도 각 분야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러한 해묵은 논쟁에 대해서 정치선진화의 양대 과제로 지방행정구역 개편과 선거제도 개편을 제안한 것이다. 이제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불가피한 정치현안으로 떠올랐다.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논의될 터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정치성향에 따라 혹은 당리당략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나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행정구역개편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우리 헌정사 60년을 놓고 보면 단 한 번도 여·야가 합의하고 전폭적인 국민적 동의를 받은 사안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렇게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정쟁만이 남을 수밖에 없었던 그 속내를 이제 국민들도 알건 다 안다. 그 지역정치의 뿌리를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 모든 개혁이 쉬울 리 없다. 행정구역 논의가 자연스럽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 뒤따라오는 선거제도개편 역시 크게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