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기가 찬 처녀가 한 여름 잠자리에 들어 꾸는 기쁜 꿈은 무엇일까.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나 인터넷으로 세상구경을 다하는 지금이나 좋은 신랑 만나 다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 가장 기쁜 꿈일 것이다.
오는 21일 과천시민회관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하환몽(夏歡夢)’이 바로 젊은 여성들의 이같은 꿈을 주제로 공연을 펼친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비록 꿈나라에 갈 시각이 아닌 오후 7시30분에 열리지만 볼거리는 풍성하다.
과천을 대표하는 예술단으로 자리 잡은 한뫼국악예술단이 펼치는 제3회 ‘하환몽’의 주제는 ‘시집가는 날’이다.
제목자체는 고전 냄새가 조금 풍길지는 몰라도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프로그램이 펼쳐놓은 자리는 흥겹다.
특히 예비 신부들이 보면 나도 현대식이 아닌 옛날 방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솟을 것이다.
1부의 시작배경은 야트막한 야산 아래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시골풍경이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자연 속에서 마을 처녀들은 예쁜 꽃을 바구니에 담기도 하고 부엌 한구석에 자리한 장독에 담을 물을 깃는다.
한뫼국악예술단원들은 이 과정에서 ‘꽃바구니 춤’과 ‘물동이 춤’을 현란하면서도 약간은 우스꽝스런 춤사위로 선보이며 백마를 탄 신랑을 가슴에 품는다. 이들이 퇴장하면 청사초롱을 앞세우고 꽃가마에서 연지곤지 찍은 신부가 사뿐사뿐 걸음으로 입장하고 이어 전통혼례식이 치러진다.
신랑은 한국인이고 신부는 고향이 베트남으로 이미 아이까지 가져 다문화가정을 이룬 가족이지만 형편상 결혼식을 못 올린 실제 인물이 주인공이다.
신랑이 백년해로의 징표로 목기러기 한 쌍을 신부어머니께 드리는 것으로 시작으로 교배례, 합조례로 이어지고 난생처음 전통혼례를 해보는 신랑신부의 실수에 관객은 ‘까르르’ 웃음보가 터진다.
주례 격인 큰손님을 맡은 최종수 과천문화원장이 진행과정에서 섞는 익살스런 말도 웃음을 보탠다. 좋은 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신명을 돋우는 잔치판이다. 혼례를 치른 신랑신부가 다소곳이 앉아 있는 무대를 중심으로 펼치는 2부 순서로 펼치는 ‘화관무’, ‘부채춤’ 등은 마치 한 송이 꽃이 활짝 피었다 지는 것처럼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들 무용은 혼례와는 달리 전통이 아닌 새롭게 창작한 무용으로 구성했다.
이어 풍물패가 무대 주위를 한바탕 휩쓸고 지난 간 뒤 빠른 템포의 ‘장고춤’과 ‘소고춤’은 잔치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혼례 잔치가 모두 끝나면 손님대접 의미로 뒤풀이가 열린다.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킨 관객들은 오징어무침 등 안주 외에도 전통혼례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안주거리삼아 저물어가는 여름밤의 더위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