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진통 끝에 미디어법이 통과됐다. 국회에서의 이전투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시행령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과 과정이 험난했던 만큼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18대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디어 관련법이건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혀 뜨겁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왜들 그렇게 목숨 건 싸움을 해야 했는지 국민들은 그저 무덤덤하고 정치인들의 의례적인 추태로만 알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지에서부터 왜 그렇게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야 했는지 갸우뚱거리고 있다.
언론의 기본철학은 공익성이다. 지역 언론이라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이번 미디어법의 시행은 곧 지역 언론의 황폐화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디어법의 최대 수혜자는 서울의 민영방송이 될 것이라는 예측만 무성할 뿐 영세규모의 지역 언론은 그 존재감마저 위협받게 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지역 언론은 중앙언론과 맞서 싸울 정도의 힘이 없다.
재정적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중앙언론사들의 시장 확대는 곧 광고시장의 과점으로 나타날 것이고 광고자원이 부족한 지역 언론사들은 두 눈 뻔히 뜨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곧 도래할 것이다. 여기에 미디어법이 도입되면 시청률에 근거한 광고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시청률이 낮은 지역 방송사들의 광고수입은 격감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해졌다.
시장의 자율화를 내세우는 데야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마는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언론의 재무구조를 가지고는 더 이상 대항할 여력이 없다. 신문 방송의 경영을 허용했다지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지역신문사의 현재 경영 상태로 방송에 뛰어들 수 있는 언론사는 단 한군데도 없다. 지역매체로 출발한 케이블 TV조차 설립 취지는 온데 간데없이 합병여부만 혼란스럽게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언론은 지역경제와 정치·사회·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회전반이 모두 중앙(서울)로 집중돼 있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지역 언론이 제 기능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어쨌거나 지역 언론의 역할에 따라 지역의 정치·문화·사회·경제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결국 지역 언론의 부산은 지역 사회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더 늦기 전에 지역 언론 살리기에 대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래서 지방민들이 ‘아하, 그래서 미디어법을 놓고 그렇게 피 튀기는 싸움을 했구나’ 하는 최소한의 인정받는 미디어 법으로 탄생하길 거듭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