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의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2002년 6월 15일 경기신문 제1호가 발행되어 나오던날 전직원은 기쁨과 흥분, 그리고 무한한 책임감에 젖어 꼬박 하루를 지새운 기억이 난다.
그때 직원들은 경기신문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지만 경기·인천지역 일등신문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에 충만했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 경기신문이 지령 2000호를 냈다.
7년이란 세월동안 많은 우여곡절도 겪었다. 여야가 정권을 넘겨주는 큰 변화도 맛보았다. 진보정권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하고 여야로 나뉘어 투쟁했고 덩달아 사회도 진보와 보수로 분리돼 끝없는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변천 속에서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가 한테두리 안에서 불안하지만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통과 불신을 함께 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염원은 먹고 사는 문제였다. 어느 정권이 국민들의 생활을 좀 윤택하게 해주고 또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겠느냐는데에 있었다. 그렇게 정권은 또 탄생되었다. 세계적으로 휘몰아친 경제불황 속에서도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가 작용한 탓인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한국경제의 회생이 세계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체감경제는 아직 먼 모양이다.
얼마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김 전대통령은 우리에게 ‘화해’라는 값어치 있는 선물을 주고 갔다. 오랜 정치적 동지와 적 사이를 오고간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 전대통령의 화해는 동서와 남북, 그리고 진보와 보수로 갈라선 우리사회를 한데 묶어 새로운 힘으로 용솟음 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언론이 할 일은 명확하다. 진실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도한다는 언론의 사명은 그대로다. 양분된 국가의 힘을 한데 모으는 일도 언론의 할 일로 보태졌다.
그동안 일부 언론은 사회를 양분하고 편을 가르는 일도 서슴치 않고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신문은 지방언론사다. 경기·인천지역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의 길목에 해당하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이곳을 통과하지 않고는 서울로 아니면 지방으로 갈 수가 없다. 인천광역시도 서해안 광역거점도시로 서해안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경기·인천지역은 지리적으로는 지방에 해당되지만 수도서울에 버금가는 인구와 경제규모를 갖추고 있어 좀처럼 꿀릴 일도 아니다.
그동안 경기·인천지역은 수도서울의 변방인 양 각종 규제에 묶여 기업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대학을 뜻대로 설립할 수도 없어 지방으로 유학을 떠나야 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며 살아야 했다. 경기도가 이러한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해 왔듯이 경기신문도 도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또 도민을 안전하게 지키는데 가일층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언론의 사명은 사회 비판에 있듯이 경기도내의 입법, 사법, 행정기관이 자칫 소홀하기 쉬운 일들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비판의 예봉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대상기관들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예산을 집행하면서 원칙에 의거해 도민을 보고 일하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들이 여과과정 없이 굳어지면 관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이것은 건전한 사회를 위한 걸름장치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경기신문은 지령 2000호 주제를 ‘그래도 희망은 있다’로 정했다. 우리국민은 IMF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경제를 일궈놓은 저력을 갖고 있다. 세계공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도민들과 어렵게 회사를 일구는 도내 기업인들의 힘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건전한 놀이와 건강, 레져활동,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값진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것을 약속한다. 지역에서 굿꿋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소개하는 것도 또한 언론의 몫이다.
내년 6월에는 4대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벌써부터 지방선거전에 도내에서 전국 처음으로 통합시가 탄생할지 관심이다. 경기신문은 행정구역개편에 대한 움직임과 주민여론을 신속하게 보도해 주민들이 선진화된 행정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또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칼날 검증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돕도록 하겠다.
이제는 언론끼리도 건전한 경쟁속에 서로를 예우하는 성숙된 분위기도 필요하다. 아직도 관내 주요기관에는 취재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기자실이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취재활동뿐 아니라 기자들이 모여 투표를 통해 기자들의 기자실 출입여부를 결정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관계기관은 이를 묵인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가장 민주적이어야할 기자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평을 듣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경기신문은 독자들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취재 보도한다는 각오로 독자들이 원하는 신문, 독자들이 찾는 신문이 되도록 하는데 온힘을 쏟을 것을 약속드린다.
도민들이 편안하게 잘 사는 그날까지 경기신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뛸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 경기신문이 일궈내는 작은 밀알은 모두 독자 여러분께 아낌없이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