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달고 다니는 금배지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다. 금배지는 말 그대로 순금일까. 사실은 99% 순도 순은에 금 도금을 한 것이다. 뒷면에 1번부터 299번까지 숫자가 새겨져 있다. 당선 후 등록 순서대로 배부된다.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18대 국회의원들에게 배부할 금배지를 서울 종로구 계동 소재 전문제작 업체에 의뢰해 납품받았다. 가격은 나사형이 개당 1만9천500원이다. 이 업체는 10대 국회부터 20여년간 배지를 생산하고 있다. 금배지는 의원 1인당 1개씩 무료로 지급된다. 여성의원들이 쓰는 옷핀형은 2만5천원이다.
국회의원이라고 배지를 꼭 달 의무는 없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평소 개량한복을 고집하며 배지를 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끝난 이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순금으로 만든 ‘사제’ 배지를 주문 제작해 달고 다니는 국회의원도 있으며 다선 의원 중에는 새로 받은 금배지 대신 색 바랜 배지를 고집하는 이도 있다.
금배지의 개당 가격이 1만9천500원이라고 무시하면 큰코 다친다. 국회의원의 연봉은 장관과 비슷한 1억2천만원 정도다. 또 후원금으로 한해 평균 1억5천만원쯤 들어온다. 부족하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면 각종 정책이나 개발 투자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또 4·5·6급 보좌관과 비서관 운전기사 등 7명까지 둘 수 있고 한 해 두차례 해외시찰에 차량유지비, 전화요금 등의 경비가 지원된다. 입법활동과 관련된 권한을 합하면 국회의원의 권능은 무궁무진하다.
국회가 비리의 모양새를 띠었다며 ‘或’자가 들어있는 금배지를 바꾸겠다고 한다. 금배지는 총 9차례 변화됐다. 최근 디자인 변경은 14대 초반인 1993년 2월이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들이 모양을 따라하자 국회의원들이 불만을 제기해 디자인을 바꿨다.
5대 참의원 시절에는 한글로 ‘국’자가 들어갔는데, 이를 거꾸로 하면 ‘논’으로 읽혀 ‘국회의원들이 논다’고 해석이 가능하다는 국회의원들의 항의가 있었다. 이에 따라 8대 국회 때부터 한자로 변경했다.
이번 금배지 변경이 오히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