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는 일본 국민들조차 놀란 ‘선거혁명’이었다.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탄생한 자민당으로서는 54년 만의 패배지만, 야당이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되면서 정권을 교체한 것은 1947년 이후 62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중의원 의석은 480석인데 300석이 지역구이고, 180석은 비례대표다. 특이한 것은 비례대표를 지역구와 복수로 입후보할 수 있게한 제도다.
지역구에서 낙선돼도 비례대표로 등록돼 있으면 당선될 수 있다. 이 제도 때문에 기사회생(起死回生)한 의원이 상당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16선의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78) 전 총리가 낙선했다. 그는 “다음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며 ‘17선’을 호소했지만 민주당의 의학박사 출신의 오카모토 미쓰노리(岡本充功·33)에게 참패당했다. 반면에 대표적 지한파로 알려진 13선의 모리 요시로(森喜朗·72)는 악전고투 끝에 ‘14선’에 성공했다.
상대는 민주당의 미녀 자객 다나카미에코(田中美繪子·33)로 의원 비서관을 지낸 햇내기였다. 모리는 2001년부터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총리를 지낸 거물이기 때문에 당선이 무난할 것으로 보였는데 선거 내용은 그 반대였다. 모리는 수원 출신 국회의원 고(故) 이병희 전 의원과 각별한 사이다. 그래서 장례식에 참석한 일이 있고, 2008년 4월 27일에는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있었던 한 사회봉사단체 행사에 참석한 뒤 수원 만석공원에 있는 이병희 동상을 참배한 일도 있었다. 그때 모리 전 수상은 필자와 단독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원을 세 차례 방문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수원은 깨끗한 도시인데 건물에 나붙은 간판이 너무 많아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때 북핵에 관해 이런 말을 했었다.
“중국, 인도,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만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과 일본이 긴밀히 협조할 이유는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면서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한 바 있었다. 이제 일본에서는 ‘14선’이 최고 기록이다. 약관 20대 후반에 정치에 입문해 14선을 하면서 총리까지 지냈으니 입지전적 인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