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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정신과 치료’ 편견 버리자

마음의 병 ‘스트레스’
깊어지기 전 보살펴야

 

며칠 전 우리 집 다실(茶室)에 반가운 친구들이 놀러왔다. 저녁이라 부드러운 다래차를 함께 마시며 신변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들이라 자연히 자식들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내가 정신과의사다 보니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친구 A는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눈을 깜박거리고 고개를 돌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어 소아정신과를 방문하게 되었단다. 알고 보니 아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틱 장애’였고 스트레스를 준 장본인은 다름 아닌 A였다. 매사에 치밀하고 깔끔한 A는 아들의 숙제를 늘 체크하며 단정한 차림으로 예의 바름을 강조하고 아들을 완벽하게 교육하며 키우고 있다고 자부하였는데 A에게 책임을 지우니 청천벽력으로 어안이 벙벙하였다.

‘아들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편안하게 대해주라’는 주치의 말을 따르니 아들의 틱 현상이 점점 사라졌다. 대학생인 아들은 그 때 정신과를 찾아가 주치의와 면담하며 숨통을 트이게 해준 일을 지금도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A도 완벽하다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어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친구 B는 남편의 잦은 외유로 아이들이 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며 적응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경쟁의 최첨단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반 친구들은 고액 과외를 하며 실력을 팽팽하게 쌓고 있는데 어머니는 공부하라고 잔소리도 않고 ‘공부 못해도 돼’ 하며 오히려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으니 자존심이 센 아들은 자신의 성적을 인정할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차라리 어머니가 공부하라고 간섭이라도 하였더라면 어머니에게 반항하며 탈선이라도 하며 버티었을 터였다. B는 그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며 오랜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하였다. 겉으로는 편안한 듯, 화려한 듯 보이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내면에 이렇듯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회사의 CEO는 능력이 출중하여 스트레스가 없는 듯 보이지만 중요한 직책을 맡을수록 스트레스는 커진다. 언젠가 소방서에 강의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소장님께서는 차를 대접해 주시며 ‘불이 났을 때 늦게 출동하였다’느니 ‘구급대원들이 늦게 와서 손해가 났다’는 등 주민들의 성화가 대단하여 무척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였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감당이 안 되면 소장님은 스스로 정신과를 찾아가 면담도 하고 필요할 때는 약을 드신다고 하였다. 약을 드시면 두근거리던 가슴 뜀도 평온해지고 잠도 잘 잔다는 것이다. ‘조직의 장으로서 정신 건강관리를 잘하고 계신 것’이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등지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스트레스가 많은 조직의 장들은 정기적으로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하도록 되어 있다. 조직의 장으로서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중대한 사안도 있을 것이고 속이 타는 일들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정신 분석을 공부하게 되면 한 사람이 성장하며 겪게 되는 모든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 사람만의 독특한 정신역동(精神力動)을 이해하게 된다.

상담자의 정신역동을 잘 알고 있는 정신과 의사와 정기적으로 만난다면 스트레스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평상심을 잃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조직의 장은 회사를 건강하게 이끌 것이고 직원들도 밝은 모습으로 일할 것이다.

부부싸움만 해도 정신과를 방문하도록 되어 있는 미국처럼 우리도 이제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병이 깊어지기 전에 정신과를 찾아가 상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보자고 권유하고 싶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조직의 장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태를 막고 밝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정기적으로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하는 시간들이 주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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