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었던 곳이기에 DMZ는 오늘날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라 불린다. 학계와 관련기관에서는 DMZ 및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부근에 가치가 높은 다양한 생태자원이 있다고 판명하고 있다. 환경부의 ‘비무장지대 일원의 생태계 보전 및 교육·홍보방안 연구’(2007)에 의하면 비무장지대 일원에 전체 231종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 종수 중 38%인 84종(1급 18종, 2급 66종)이 DMZ 일원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식물종 1천194종, 동물종 672종이 서식하며 이중에는 삵, 수달, 매, 독수리, 흰꼬리수리, 두루미, 재두루미, 수리부엉이, 새흘리기, 칠성장어, 잔가시고기, 가시고기, 가는돌고기, 묵납자루, 돌상어, 둑중개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같은 DMZ 일원의 자연 생태계는 학계와 관련기관, 일반시민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DMZ에 대한 이용 가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 일대는 개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남북연결도로, 홍수조절용 댐, 공업단지 조성 등 남북협력사업과 관광단지 조성, 농지개발 등은 환경에 대한 보전보다 개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민통선 이북지역 중 파주, 연천, 철원지역의 농경지 면적은 약 166.7㎢로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워 무분별하게 개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또 각종 화학비료와 농약 등의 사용으로 환경훼손과 수질오염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비무장지대 일원의 두루미 서식지가 최근 군남홍수조절지에 의해 수몰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연천과 철원의 지난 2006~2007년 두루미 개체수는 총 850마리로 전 세계 2천500여마리의 생존개체수의 약 34% 정도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군남홍수조절지 건설사업으로 임진강 일대의 두루미 서식지가 모두 물에 잠길 위기에 놓여있다.
이외에도 지난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김포 신곡수중보 일대가 최근 산업단지 및 관광단지 개발사업으로 훼손위기에 처해 있고, 정부의 4개강 정비사업으로 신곡수중보를 한강 하류로 옮길 계획에 따라 고양 장항습지가 수몰위기에 처해 있다.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민통선 이북지역의 생태계 파괴 주요인으로 ‘투기세력의 인삼밭 확장’을 지목하며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토지의 인삼밭 전환에 따라 살균성이 강한 농약 살포로 하위 생물종이 사라지고 전체 생태계의 연쇄적인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김 소장은 “정부와 관련기관에서는 조사한 데이터를 토대로 DMZ 인근의 생태계를 보존할 정책 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DMZ (demilitarized zone)는 서해안의 임진강 하구에서 동해안의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총길이 248km의 군사분계선(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km씩의 구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