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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서경제와 청문회

이창식 주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긴 이래 대통령이 내정한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직과 대법원장이 추천한 대법관 내정자 등에게는 청문회가 ‘지옥의 문’처럼 되고 말았다. 국무총리로 지명되었다가 청문회가 비토하는 바람에 ‘된서리’ 맞은 인사가 한 둘 아니고, 검찰총장이 될 뻔했다가 낙마한 이도 있었다. 이는 청와대 또는 관계 기관의 인사 검증 시스템 불비가 원인이었다. 국회의원들은 밝혀내는데 최고 권부를 자처하는 청와대나 관련 부서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면 ‘장님 검증’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조선 시대는 어떠했을까. 조선 시대에는 사간원의 헌납(獻納·정5품·중앙부처 국장급)이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아 봤다. 헌납은 정언(正言)의 위, 사간(司諫)의 아래로 태종 원년에 보궐(補闕)의 고친 이름으로 좌·우 두 사람을 두었다가 한 명으로 줄였다. 사간원은 사헌부, 홍문관과 함께 공론을 수렴해 국정에 반영하는 언론기관 역할뿐만 아니라 국정의 모든 사안을 감시·감독하는 감사원 기능까지 겸했으므로 한가할 틈이 없었다. 사간원의 또 다른 업무가 서경(署經)인데 서경은 5품 이하 관직에 임명된 자들의 자질을 검토하는 일이다. 4품 이상의 인사는 서경과 같은 규정은 없었지만 대간(臺諫·사헌부 및 사간원 벼슬의 총칭)이 인사에 의문을 제기해 탄핵하면 인사가 성립될 수 없었다. 일반 관료들은 퇴근 후 관리에 임명돼 신고하는 신참례(新參禮) 술자리 등에 참석했지만 사헌부와 사간원의 경우는 서경권 때문에 여느 관료와 만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일반 관료들과의 접촉 금지는 인사 공정성을 위해 불가피했지만 공론을 수렴하는 언론활동에는 걸림돌이 되었다. 대신 사간원은 왕에게 간언하는 특별한 직책 때문에 별일이 없을 때에는 하루 종일 술을 마시는 관서로 소문나 있었다. 금주령이 내렸을 때도 사간원의 음주는 용인되었을 정도였다.

조선 시대와 오늘날의 행정은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스템보다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청문회 결과가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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