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SSM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슈퍼슈퍼마켓(Super SuperMarket)의 약자다. SSM은 매장 면적 500~800평 규모의 슈퍼마켓을 말한다.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의 식료품 중심 유통 매장으로, 할인점이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소규모 틈새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할인점에 비해 부지 소요 면적이 작고 창업비용이 적게 들며 소규모 상권에도 입지가 가능하다. 기존 동네슈퍼마켓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육점, 빵집, 수산물코너, 즉석식품코너 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SM 입점이 예정된 지역 곳곳에서 오래전부터 장사를 하고 있는 작은 상점, 즉 ‘동네슈퍼’와 과일가게, 정육점, 반찬가게 주인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SSM이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는 주변의 작은 가게들은 문을 닫은 곳이 많다. SSM은 현재 경기지역 전체에서 94곳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SSM은 왜 동네 슈퍼의 자리까지 빼앗으려 혈안이 되어 있는가? 이는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대형마트 부지 확보 및 출점이 점차 어렵게 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인 것이다.
이들이 골목상권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생계의 위협을 느낀 동네슈퍼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듣자니 동네 슈퍼들은 이들에 맞서 상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출혈도 감수하고 있다고 한다. 그보다 더 딱한 것은 동네 이웃들과의 미묘한 신경전이다. 평소 동네슈퍼 주인과 아무리 친했다손 치더라도 사람의 발걸음은 싼 가게로 향한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SSM을 소비자들이 반기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면 견뎌낼 가게가 없기 때문이다. ‘도미노 피해’도 우려된다. SSM이 들어서면 동네 가게에 물건을 납품하던 사람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상도(商道)’라는 게 있다. 상도는 한마디로 상생(相生)이다. 남을 망하게 하고 나 혼자만 잘될 수는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대기업의 역할이 있고 골목상인의 역할이 있는 법이다. 정부와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고 대규모 점포와 지역 중소유통업체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99섬지기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돕지는 못할망정 ‘한마지기’밖에 남지 않은 논까지 빼앗는 것은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