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의 행정에 대한 감사·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유권한을 갖고 있다. 집행부의 행정집행이 현저하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되거나 또는 주민의 이익과 관련하여 큰 손해를 보았다고 판단되는 사무에 대해서는 지방의회가 직접 나서서 조사할 수 있다. 의회가 이러한 기본적인 조사권을 행사하지 않은채 타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가 기각당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빚어졌다. 조사권을 스스로 포기한 곳은 안양시의회고 시의회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감행한 기관은 감사원이다. 안양시의회는 지난 7월 시 금고 예치금리 인하로 세수입이 감소되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조사를 맡은 감사원은 지난 11일 시의회에 “시의회가 제기한 ‘안양시 금고 운영 관련’ 감사청구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원 감사청구처리에 관한 규정’ 제13조에 따라 종결처리 됐다”고 밝혀온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의회 관계자들이 당혹해 하는 것은 물론 시의회의 감사청구 기각으로 시의회의 이미지만 크게 훼손되었다며 관계자 문책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안양시청과 시의회의 대립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 공산이 커졌다. 감사청구 당시 본회의에 출석했던 시 고위간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시가 잘못했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의회가 잘못했다면 의회도 책임져야 한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낸 바 있어 감사원 감사청구 기각 이후 시의회의 대응이 주목되기도 한다.
문제의 발단은 안양시가 금고업무 취급 약정서 본문 11조 ‘금융환경의 급변’ 등의 사유를 들어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2.14% 시금고 예치금리를 인하해 5억 원이 넘는 시세수입이 감소된데 있었다. 시의회는 이를 집행부의 잘못으로 보았고 지난 7월14일 열린 제162회 2차 본회의에서 총무경제위원회가 상정한 ‘시 금고 감사원 청구의 건’을 통과시켜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시의회는 전문성을 요하는 회계감사 등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지 아니면 공정한 감사를 한다는 취지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의회의 의도대로 도출되지는 않았다.
당장 시의회는 고유권한인 조사권을 포기한채 외부기관에 감사를 의뢰해 전문성 결여를 스스로 드러냈다는 비아냥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시의회는 감사원 감사청구를 둘러싼 책임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