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추석이나 설날 명절분위기는 제일 먼저 시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물건을 흥정하느라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인해 명절은 더욱 명절다웠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중소도시는 물론 읍 단위까지 파고든 대기업의 대형 마트로 인해 이런 풍경은 점차 사라져 가고 지역경제의 중심이었던 시장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거기다가 요즘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이 골목상권까지 넘보고 있어 지역경제와 서민경제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전통시장 살리기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가 상인들과 함께 시장거리를 현대화하고 상인대학을 개설해 경영마인드를 교육시키는 한편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금 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아직 가시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우선 젊은 소비자층이 물건을 구매하기에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친절하며 주차 시설이 잘 돼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들은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하는데다 난방과 냉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이런 현실에서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가격 비교조사 결과는 그나마 위안을 준다. 전국 16개 시·도, 18개 지역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주요 추석 차례용품 25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평균 24.6%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25개 대상 품목 가운데 24개 품목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는 것이다.(본보 18일자 1면) 따라서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릴 때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대형마트보다 4만원 정도 더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중기청 관계자도 밝혔듯이 전통시장 상인들이 꾸준하게 가격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사는 길은 가격 경쟁력이다. 여기에 또 하나 장점인 ‘사람 사는 맛’, 즉 전통시장 특유의 인정을 덤으로 끼워주는 것이다. 소비자인 시민들께서도 조금 불편할지라도 시장에 가서 우리 지역 이웃이 파는 물건들을 구매하도록 하자. 대형마트는 아무리 자주 가도 단골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서 너 번만 가서 상인들과 눈인사를 나누면 단골대접을 받게 되어 콩나물 한줌, 덕담 한마디라도 저절로 건네지지 않는가? 이번 추석 차례용품과 선물은 전통시장에서 마련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