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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고초(苦楚)

이창식 주필

고추철이 됐다. 딴 고추는 따가운 가을 햇볕에 말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요새는 일손 탓에 집안 식구들이 먹을 것만 햇볕에 말리고, 나머지는 건조실에서 기계로 말리거나 비밀하우스 안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건조한다. 예컨대 순수 태양초 방식은 없어진지 오래다. 우리나라 고추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왜개자(倭芥子) 또는 남만초(南蠻草)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초(苦草)라 쓰는데 중국은 고초(苦椒), 일본에서는 ‘도가라시’라고 부른다. 얼마전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가 임진왜란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는 고추를 먹고 고추장을 담았다는 고서(古書)를 찾아냈다며 일본 전래설을 반박한 일이 있었다. 우리 풍속에서 고추는 사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존재였다. 갓난애가 태어나면 금줄에 숯과 솔가지와 고추를 꿰어 집 대문 위에 걸었다. 또 장을 담근 후에 고추와 숯을 새끼에 끼어 장독에 둘러치거나 고추와 숯을 장에 띄웠다. 양기를 나타내는 고추의 붉은 색깔이 벽사 기능을 지녔다고 믿은 탓이다. 아이가 귀여우면 “고추 좀 만져 보자”,“이놈 고추가 얼마나 영글었나 보자”고 한다. 고추는 어린 사내아이의 생식기를 나타내고, 큰 고추는 성인 남성의 성기를 말한다. 문제는 고추 농사의 어려움에 있다. 잡초 방지를 위해 고랑마다 검은 비닐을 뒤집어 씌워야 하고, 고추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말뚝을 박은 뒤 버팀줄을 매야한다. 장마가 닥치면 탄저병을 막기 위해 농약을 뿌려야 하고, 익었다 싶으면 금방 물러터지니까 얼른 따서 말려야 하는데 지금은 기계로 건조하니까 예전 같지는 않지만 신경 쓸 일은 한두가지 아니다. 특히 힘든 것은 고추 따는 일이다. 언뜻 보기엔 그까짓것 하겠지만 막상해보면 장난이 아니다. 고추는 가지와 가지 사이에 달린다. 그래서 고추를 딸라면 손을 밑으로 넣어 배배 꼬인 꼭지를 움켜 잡고 고추대궁이가 상하지 않도록 따야한다. 따는 자세는 더 문제다. 20도 쯤 허리를 꾸부려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프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고초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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