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행정구역개편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약속이 이루어지면서 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통합을 선언하는 등 전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통합 광풍에 휩싸이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남양주시에 이어 하남시가 행정안전부에 시·군통합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기초자치단체간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지역의 시·군별, 계층별, 단체별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통합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되며 자칫 지역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인센티브 약속은 통합에 나서지 않는 자치단체에게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통합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사를 왜곡시킬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 남양주·구리시 통합에 대해 남양주 지역에서는 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장 등이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구리시장을 비롯한 구리지역 인사들은 “현행법 안에서 시군 간 통합은 해당 지자체가 원했을 경우, 합의됐을 경우가 자율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하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은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시점에서 중앙정부 주도로 지방자치구역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금의 행정체제는 100년 전 산과 강을 경계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인 오늘날의 시대적 흐름에 맞춰 통폐합을 통해 단순화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지방행정구역개편을 요구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임기만료를 앞둔 시장·군수가 앞장서서 통합을 선언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행정구역 개편은 정부와 정치권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지자체, 주민여론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 노력이 3박자로 맞물릴 때 성공할 수 있고 성사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