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는 잘 생기는 사람이 따로 있다. 충치균이 유난히 많은 사람, 칫솔질을 아무리 가르쳐도 엉터리로 하는 사람, 침이 잘 안 나와 입이 마르는 사람, 입으로 숨 쉬는 사람, 침이 유난히 끈끈한 사람, 충치가 잘 생길 음식만 골라 먹는 사람 등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경험하건만 모두들 충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충치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알고 나면 예방은 참 쉽다.
우리 치아는 석회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의 구성물질인 인산칼슘은 산도(酸度) ph가 5.5 이하로 떨어지면 용해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 입안의 산도가 5.5 이하로 떨어지면 치아표면이 녹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충치이다. 치과의사들은 충치를 ‘치아우식증’이라고 한다. 산(酸)에 의해 치아가 부식되어 생긴다고 이렇게 부른다. 입안의 산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충치는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당연하다. 치아가 부식되지 않으니까.
그러면 입안의 산도는 왜 떨어질까? 그것은 입안에 살고 있는 충치균이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찌꺼기를 발효시키고 그 부산물로 산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충치균은 지방이나 단백질은 이용하지 못하고 탄수화물만 발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음식물을 씹을 때 분비되는 침이 낮아진 입안의 산도를 다시 중화시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산이 발생하더라도 바로 바로 중화되어 치아 표면을 보호한다.
그러나 엿, 인절미, 쵸콜릿 같은 음식은 치아표면에 오랫동안 붙어 있으며 침의 분비가 잘 되지도 않기 때문에 충치 발생의 위험이 높다.
또 이 충치균은 특히 설탕을 제일 좋아하는데 설탕을 먹으면 산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글루칸(glucan)이라는 끈적끈적한 물질을 만들어 내어 이것이 음식물찌꺼기를 치아 표면에 잘 붙게 하고 또 충치균이 잘 자라는 온상을 이룬다. 그리고 주전부리를 자주 하는 경우 입안의 산도를 5.5이하로 떨어뜨리는 시간이 많아져서 충치 발생율이 높아지는 거다.
이제 충치의 원인과 기전을 알았으니 예방은 쉽다. 충치예방 하면 생각나는 이 닦기 3·3·3 작전이나 설탕 안 먹기 운동 또 불소니 자일리톨이니 하는 것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충치예방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한 반복되는 치아 표면의 탈회와 침에 의한 재석회화 과정에 바로 충치예방의 열쇠가 있다.
하여간 쉽게 비유해서 말씀 드리면, 설탕 안 먹기 운동이 ‘충치균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것이라면 올바른 칫솔질은 ‘충치균을 깨끗이 쓸어내자’ 그리고 불소를 이용한 충치예방법은 ‘이에 갑옷을 입히자’고 자일리톨은 ‘충치균을 굶겨 죽이자’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충치예방법은 대충 짐작이 되나 자일리톨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설탕처럼 달콤하고 맛있는 것을 이 닦고 나서 자기 전에 먹으라니까 그렇다. 자일리톨(xylitol)은 목당(木糖)을 환원시켜 만든 5탄당알콜이다. 그러나 맛과 당도는 설탕과 거의 같다.
자일리톨의 작용을 보면, 충치균이 자일리톨을 설탕으로 착각하고 좋아라 먹는다. 그러나 전혀 분해하지 못하고 그냥 뱉어낸다. 그리고 뱉어낸 자일리톨을 다시 설탕으로 착각하고 또 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뱉어내고... 이렇게 무익순환(無益循環)을 거듭하다가 에너지를 소비하고 퇴축된다. 연구에 의하면 한 달 가량 자일리톨을 섭취하면 충치균이 변이를 일으켜 설탕을 먹고도 분해하지 못해 산 생성이 현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자일리톨의 중요한 작용이 있다. 자일리톨은 용융점이 높다. 그래서 녹을 때 주변의 열을 뺏어 입안을 시원하게 하는 청량감으로 침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그래서 식후 구강 내의 산도를 중화시키고 치아표면의 재석회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입은 우리 몸의 입구이고 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의 출발점이다. 섬유소가 많고 신선한 좋은 음식, 올바른 이 닦기를 할 빳빳한 칫솔, 치면 홈 메우기, 치아 표면을 튼튼하게 해 주는 불소, 그리고 자일리톨이 등을 이용해 충치를 예방하자. 그러나 충치 없는 세상 만들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 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12세 어린이의 충치경험지수가 2003년에 3.3개에서 2006년에 2.2개로 감소했다고는 하나 아직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들의 치아수명 연장이야말로 선진국의 지표임을 정치가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