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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한가위

이창식 주필

인생에 비하면 역사는 무궁하다. 우리의 아름다운 세시풍속은 민중 속에서 유구하게 살아 있다. 세시풍속이 아름다운 나라는 반드시 흥하고, 퇴폐하고 타락한 나라는 언젠가 망하고 만다. 때문에 세시풍속을 그 나라의 정신과 문화의 소산이라고 말한다.

곧 추석(한가위)이 닥친다. 옛 문헌에 보면 추분이 지나면 이때부터 우룃소리가 나지않고 동면할 벌레들이 집을 만들며 땅위의 물들이 마른다고 했다. 단풍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추석만큼 풍성한 명절은 없다. 수확한 오곡백화가 넘치고 계절 또한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활력이 넘칠 수밖에 없다.

한가위(10월 3일) 달은 유난히 밝다. 그래서 달의 명절이라고도 한다. 남자들은 씨름을 하거나 줄다리기, 소놀이, 거북놀이 등 역동적인 놀이를 즐기지만 여자들은 강강술래나 길쌈 놀이 따위의 정적인 놀이를 했다.

하지만 옛 얘기가 되고 말았다. 제사나 차례를 놓고 종교 관계로 불화를 겪는 가정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예컨대 교회에 다니는 며느리가 우상숭배라며 제사나 차례 때 절하기를 거부하는 경우다. 웬만한 가정에선 양해하는 선에서 넘어가지만 독실한 유교 집안에서는 이를 용납하지 않아 즐거워야 할 한가위가 ‘분노의 장’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동화작가인 이현주 목사는 오래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무덤에 절하고, 나무에 절하고 제사상에 절하는 것을 서양 선교사들은 우상숭배라고 했지만 이는 낯선 땅에 왔으면 겸허한 마음으로 그곳의 예절을 익히고 공부하는 일을 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했다. 그는 독일 태생 미국 학자 플 틸리히가 ‘부모는 그냥 단순한 부모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뿌리’라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그도 우리의 조상 숭배를 보았다면 천지가 곧 부모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조상관을 철학적으로 이해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천주교에서는 기독교와 달리 우리의 전통적 제사 의식을 용인하고 있다. 우상숭배를 옳다 그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다만 신앙의 차이가 한가위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축제는 축제 일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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