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논에는 벼가 풍성하게 익어가고 밭과 과수원에는 곡식과 채소, 과일이 대풍이다. 앞으로 태풍 등 자연 재해만 입지 않는다면 근년 최대의 풍년이라고 할 만하다. 날씨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의 주간예보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다음달 2~4일 전국에 비가 내리지 않아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만에 가족과 재회할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풍년을 맞았지만 농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농부들의 시름도 그들의 주름살만큼 깊어지고 있으며, 신종플루라는 악재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 등 사업자들의 한숨소리도 크다. 이번 추석에 특히 우려되는 것은 추석연휴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신종플루의 전국적 확산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종플루 감염이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람이 11명, 감염자 누계는 1만5천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특히 이번 추석 인구 대이동으로 인한 체력이 쇠한 농촌지역 노인들의 전염이 가장 우려된다. 따라서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 손씻기, 기침예절 등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추석에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임금체불 등 경제적 이유로 고향 방문을 미루고 있는 사람도 많다. 또 외국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들도 있으며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불우이웃들도 우리가 이번 추석 뿐 아니라 평소에도 항상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다. 다행히 추석을 앞두고 곳곳에서 우리민족 특유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도내 각 시·군의 새마을 단체와 주민자치위원회 등 기관.단체와 개인, 소상인, 종교인 등 각계각층에서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쌀, 송편과 생필품, 현금 등을 불우 이웃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어 그나마 덜 썰렁한 추석이 되고 있다.
수원의 한 주부는 지난 1년간 자치센터 요가강사를 하면서 모은 강사료 250만원으로 쌀을 구입해 저소득계층에게 나눠주었다. 어느 동 부녀회원들은 중국, 필리핀, 일본, 카자흐스탄 등 각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을 초청해 송편, 잡채 등 추석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치며 한국인의 정을 심어줬으며, 용인의 한 스님은 노숙인시설과 아동복지시설 입소자들에게 생활용품을 기증했다. 이밖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선행들이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행해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힘이고 희망이라고 믿는다. 이번 추석, 하늘에 휘영청 뜬 보름달의 환한 빛처럼 희망이 사회 곳곳을 비췄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