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경기도내 곳곳에서는 각종 향토축제가 한창이다. 신종플루 때문에 한때 중단 위기를 맞았던 대부분의 축제들은 예산 낭비와 관광산업 침체를 우려한 행정안전부의 태도 변화로 인해 다시 개최되고 있다. 신종플루 확산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행사를 준비해 온 각 지자체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내 향토축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수원 화성문화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제46회 수원화성문화제는 7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중심으로 수원시내 곳곳에서 열린다.(본보 6일자 8면 보도) 이 축제는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의 명으로 축성된 화성을 통해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행사이다. 특히 지역축제 이미지를 탈피하고 세계적인 전통문화관광축제로 발돋움하려는 수원시의 노력이 돋보인다. 대부분 전국 각 지자체의 향토축제는 천편일률적인 것이었다. 전국 어디서나 풍물과 각설이, 엿장수가 등장하고 위생상태가 미덥지 못한 음식물을 파는 포장마차촌이 들어선다. 술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우리 축제의 이미지였다.
이런 면에서 보면 수원화성문화제는 내용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상당히 우수하고 차별화된 축제라고 볼 수 있다. 2천여명이 참가해 펼치는 정조대왕 능행차연시와 4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퍼레이드는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는 장관이다. 또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수원에서 행했던 장용영 군사들의 야간 성곽 군사훈련인 ‘야조’나 혜경궁 홍씨 회갑연인 ‘진찬연’, 장헌세자와 혜빈홍씨 가례의식,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 궁중문화체험, 정조대왕과 화성을 주제로 한 뮤지컬과 인형극 공연, 등은 화성문화제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이는 수원만의 문제점이 아니다. 관 주도로 행해지는 축제의 대부분이 통·반장과 관변단체 회원들을 동원해 치러지는 것이 현실이다. 축제의 성공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일본의 축제인 ‘마츠리’나 서양의 오래된 축제들은 주민들이 주도해간다. 그런 축제에는 당연히 국내외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지역경제와 시민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축제의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