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00만명으로 전체 인구 4900만명의 10%를 넘어섰다. 경기도의 노인 증가수도 비슷하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만명 벽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제 노인문제는 가정이나 사회문제가 아니라 국가문제로 격상됐다. 대한민국 노인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일이다. 젊은이의 가난도 구제 못하는 나라에서 노인 구제까지 바라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한지 오래다. 그래서 많은 노인들은 자신은 어차피 자식과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몸이니까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자식 세대와 나라만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힘겹게 지내는 일상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의 전부일지 모른다.
정부는 2007년 4월 노인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노인보호구역(실버존)’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등하교 학생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운영 중인 스쿨존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실버존을 도입한지 3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한마디로 말뿐인 부실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초 계획은 노인주거복지시설이나 경로당 등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지역에 과속 방지턱을 설치하고 시속 30km 이내로 주행을 제한하되 노인보호구역 표지판을 달도록 했다. 노인들의 보행이 느린데다 반사신경이 둔한 점을 고려한 안전장치였다.
현재 도내에는 노인주거복지시설 말고도 경로당만 8500여개나 있다. 딱히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은 경로당 출입이 일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늘상 교통사고 위험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경기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교통사고 건수는 2138건이었는데, 올 8월까지만 2424건으로 작년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 노인들이 교통사고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노인을 보호하는 대안은 실버존을 폭넓게 설치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9월말 현재 시·군별 실버존 설치 실적은 파주시가 14개소로 가장 많고, 평택시 5개소, 안산시 3개소, 양주와 안양시 2개소, 수원과 남양주시가 1개소씩 뿐이다. 나머지 지자체는 노인 홀대 시·군으로 봐도 할말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당국자들은 실버존 설치 부진 이유를 예산 부족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안의 선후와 완급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련의 행정 장애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 노인들이 말문을 열 때가 됐다.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각급 노인단체들의 실버존 설치 촉구운동이 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