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인 중견작가 조삽상의 새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은 총 8편으로 이뤄져있다. ‘노년문학’, ‘회상의 문법’, ‘지역문학’이라는 세범 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부산의 지명들을 문학 공간으로 재현한 작품들로는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있으랴’, ‘섣달그믐날’이 대표적이며 ‘아내를 두고’를 비롯, ‘어느 불편한 제사에 대한 대화록’, ‘어렵고도 쉬운 일’ 등을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노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통문당’과 ‘겨울 五魚寺’는 회상의 문법을 통해 ‘이야기’가 지닌 효용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표제작인 ‘테하차피의 달’을 미국 모하비 사막의 ‘테하차피’에 위치한 태고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벼랑에 내몰린 이들의 삶을 병치해서 보여줌으로서 고립된 삶 또한 이해 받을 여지가 있음을, 이를 통해 개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인디언의 성지로 알려진 ‘테하차피’는 이로서 ‘다시 시작하는 끝’을 상징하게 되며 조락과 갱생, 시작과 끝을 반복하는 인생의 국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