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의왕시는 제21회 시민의 날을 맞았다. 필자는 의왕시 부곡동에 자리한 우리 대학을 대표하여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의왕시와 시민들의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수도권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인구 14만 명의 소도시가 가지는 장점이 잘 살아있고, 시 면적의 89% 가량이 그린벨트로 이루어져 청계산과 백운산, 백운호수와 왕송호수 등 자연 녹지가 어우러진 도시, 또한 이제 막 20여년이 된 ‘젊은’ 시로서 성장과 발전의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시민들의 참여열기가 높고 화합이 잘 이루어져 어느 행사장에 가더라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라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민의 날은 달랐다. 우선 신종플루로 인해 행사 규모가 대폭 축소되어 매우 조촐하게 치러졌을 뿐 아니라, 행사장 분위기마저 최근 불거진 기초지자체 통합 논쟁으로 뒤숭숭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8월 26일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을 발표한 후 9월 30일 통합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전국 18개 지역, 46개 시·군이 통합을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7개, 충청도 5개, 호남권과 영남권의 각 3개 지역이 신청하였다고 한다.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은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현 지방행정체계는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에 고착된 구도가 잔재할 만큼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의 지자체가 인구의 고령화와 경제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재정의 취약성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세계적인 메가시티 추세에 발맞춘 지방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행정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되며, 거대 광역시로의 통합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행정의 효율성 등 장점들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 행정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통합 논쟁 속에 빠진 의왕시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 통합의 방식과 추진 절차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선 의왕시 통합문제만 하더라도 인접 대도시인 안양시가 당사자인 의왕시와는 아무런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선언한 케이스로, 의왕시는 그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게다가 통합을 신청한 지자체간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안양시장은 ‘안양-의왕-군포’간 통합을 신청한 반면, 안양시민들은 ‘안양-의왕-군포-과천’을 잇는 통합안을 별도로 건의하였다. 의왕시장은 9월 중순 공식적으로 통합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과천에서는 주민, 단체장, 의회 어느 곳도 통합건의서를 내지 않았다. 통합을 신청한 다른 지자체들의 경우에도 통합시 청사의 위치, 시 명칭 등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어, 실제로 통합이 성사될 곳이 과연 몇 군데나 될른지 의문스럽다.
자율 통합이라는 방식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뜻 보면 지자체들 간에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니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행정개편의 문제는 해당 지자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국가 전체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행정개편은 국가 발전과 경쟁력 제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한 후 철저한 준비 속에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일본은 1999년 시작된 행정개편작업이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진행 중에 있음을 참고할 만하다.
끝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간 통합 안이 오로지 행정의 효율화와 광역화라는 측면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통합안을 제출한 지자체도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는데, 수도권에 위치한 도시들이 광역화를 통해서만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각 도시 특성에 맞는 개성화와 차별화는 광역화 못지않게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의왕시는 정조대왕의 행궁 길목으로서 많은 유적과 역사적 스토리, 아름다운 자연녹지를 갖추고 있고, 한국철도대학, 철도기술연구원, 의왕역, 로템 등 철도기관 및 시설이 집결되어 있어 철도특구 지정을 앞두고 있을 만큼 산업적으로도 특화되어 있다. 의왕시가 주변의 대도시에 편입되어 광역화됨으로써 이런 차별화된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안타까운 일이다. 과밀하고 집중화된 수도권의 거대도시들 사이에서 의왕시는 역발상의 블루오션전략을 통해 작지만 강한 도시로 거듭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문화 웰빙 도시 그리고 국제철도의 메카로 무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